경찰학교 수료를 하고 집에 와서 짐을 풀던 아들은 갑자기 진압봉을 들고 나왔다.
아빠, 이게 뭔지 알아?
30cm 진압봉을 강하게 뿌리듯이 휘두르면 길게 펴지는데 길이가 일 미터쯤 되었다.
신기하네. 나도 한 번 해보자.
어디, 경찰의 진압봉을 함부로 민간인이 만지려고?
그러지 말고 한 번만 해보자.
안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물건이야. 훈련받은 자만이 쓸 수 있지.
그거 맞으면 얼마나 아파? 야구 방망이로 맞는 것보다 더 아파?
야구 방망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쇠파이프로 맞는다고 생각하면 돼. 한 번 맞아 볼래?
싫어. 내가 왜 맞아?
싫다고 말은 했지만 진압봉으로 맞으면 얼마나 아플까 사실 궁금했다.
그럼 살짝 한 대만 때려봐.
나는 엉덩이를 아들에게 내밀었다.
풀 스윙하지 말고 살살 톡 하고 때려봐.
아들은 흐뭇한 미소를 띠며 진압봉으로 내 엉덩이를 가격했다.
눈에 불이 번쩍이며 나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얼마나 아픈지 한동안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새.. 끼가 아버지를 죽이려... 하네.
살살 때렸어. 엄살은?
이리 와. 너도 한 번 맞아봐.
나는 경찰학교에서 레이저건도 맞아본 사람이야.
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너 레이저건이나 권총도 있어? 한번 만져나 보자.
당연히 없지. 그런 위험한 총기류는 서에서 보관하지. 아빠, 수갑 차 봤어?
내가 어디서 수갑을 차봐?
수갑 있는데 볼래?
나는 아들이 건네준 수갑을 만져봤다. 꽤 묵직했다.
일 킬로는 될 것 같은데?
일 킬로까지는 아니고 거의 비슷해. 방검복 입고, 무전기, 수갑, 진압봉 거기에 총기류까지 허리에 차면 무게가 십 킬로쯤 나가지. 그래서 경찰들은 다들 허리가 안 좋데. 아빠, 수갑 차 볼래?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응.
아들은 범인을 검거하듯이 나를 제압하고 뒷수갑을 채웠다. 나는 거실에 누워 발버둥 치며 소리 질렀다.
너 죽을래? 아빠가 범인이야? 안 풀어?
아들은 데이트 비용으로 오만 원을 달라고 했다.
경찰학교에서도 월급 받았잖아.
그건 그거고 오만 원만 주면 풀어 줄게.
나는 오만 원을 약속하고 영어의 몸에서 풀려났다.
뒤로 수갑을 차니까 정말 꼼짝도 못 하겠네.
보통 앞으로 수갑을 채우고, 뒷수갑은 흉악범들에게 하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수갑을 풀고 탈출하잖아. 가능해?
아빠가 해봐. 내가 십만 원 줄게. 아빠는 손목이 가늘어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손목이 가늘면 아무래도 유리하겠지.
당연히 유리하지.
아들은 나에게 수갑을 채웠다. 수갑은 묵직하게 손목을 눌렀다. 하지만 생각보다 손목에 여유가 있었다. 살살 손목을 돌리면 빠질 것도 같았다.
영화에서 처럼 엄지 손가락을 탈골시켜서 빼볼까?
할 수 있으면 탈골시켜 봐.
수갑에서 손을 빼려고 움직이면 수갑은 오히려 조금씩 조여 들어왔다.
수갑이 조금씩 조여지는데?
수갑에 톱니바퀴가 있어서 움직이면 조여지지.
그럼 영화처럼 옷핀이나 머리핀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알아서 해봐. 나는 나간다.
야, 어디가?
데이트.
아들은 수갑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데이트라는 단어를 날리며 집을 나갔다. 아들이 나간 후 나는 옷핀을 찾아 수갑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데이트라고 말은 했지만 나는 아들이 금방 집에 들어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아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기다리다 지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왜?
너 죽고 싶어? 수갑 안 풀어 줄 거야?
카톡 좀 읽어.
아들은 집을 나가자마자 카톡으로 수갑 지갑에 열쇠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수갑을 찬 채 물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텔레비전을 보며 하염없이 아들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