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고양이

by 윤희웅

아빠, 등에 오돌토돌한 것들이 생겼어.

땀띠잖아. 공부는 안 하고 매일 누워만 있으니까 땀띠가 생겼잖아. 일단 깨끗하게 씻고, 파우더 사다 줄 테니까 뿌려. 습기 안 차게 뽀송뽀송하게 유지하고.

다음날 아들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빠, 땀띠가 이렇게 아파? 너무 아픈데.

아프다는 말에 아들의 몸을 자세히 살펴봤다. 붉은 돌기가 겨드랑이와 등에 가득했다. 간혹 물집이 잡힌 돌기도 보였다. 그제야 땀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띠가 아닌 것 같다. 일단 병원부터 가자.


예상대로 땀띠가 아닌 대상포진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공시생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부 스트레스와 영양불균형이 원인이라 했다. 나에게 아들이 많이 아팠을 텐데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푹 쉬게 해 주라는 당부를 했다.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같이 듣던 아들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아들을 쳐다볼 수가 없어, 짐짓 고개를 돌려 딴짓을 했다.

많이 아팠을 텐데 아빠가 땀띠라고 해서 미안하다.

아빠는 항상 보지도 않고 판단하잖아.

정말 미안해. 대신 맛있는 소고기 사줄게. 그리고 대상포진 다 날 때까지 공부도 쉬어. 내일은 옻닭 먹으러 가자. 아빠가 미안한 만큼 너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그러지 마. 괜찮아.

내가 미안해서 그래.


우리는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간색 신호가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옮겨가며 초록색 신호로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는 초록색 신호에도 출발을 하지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 뒤에 있던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도로의 모든 소음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얼마 후 뒤 차는 내 차를 향해 헤드라이트를 쉼 없이 번쩍거렸다. 내가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출발을 하지 못한 이유는 도로 가운데에 길 잃은 아기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랑이 줄무늬가 선명한 아기 고양이는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사이에서 겁에 질려 있었다. 두어 발을 내딛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아들 역시 아기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내려야겠다.

싫어.

저러다 차에 치이면 죽어.

길고양이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죽던지, 살던지 저 녀석의 운명일 뿐이야.


차 안에는 날카로운 경적소리와 함께 룸미러를 통해 반사되는 불빛이 가득했다. 나는 운명이라는 말에 아들을 바라봤다. 아들은 습기 찬 눈동자로 아기고양이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나는 비상등을 누르고, 차에서 내려 길 잃은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고양이를 안전한 인도에 내려놓고 차로 돌아왔다.

집에 가고 싶어.

고기 안 먹고? 왜 입맛이 없어? 아니면 고양이 때문이니?

고양이가 왜...

아니, 그냥 고양이 때문인 것 같아서. 아기 고양이 내려준 인도에 큰 고양이도 있더라. 아마 엄마 고양이겠지. 그리고 길 고양이나 집 고양이나 다 같은 고양이야.

고양이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냐. 밥 먹기 싫어서 그래. 쉬고 싶어.

그래, 집으로 가자.

아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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