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험은 보통 상반기(3월), 하반기(9월) 두 번 시험을 본다. 총 3차에 걸쳐 1차 필기시험, 2차 신체, 체력, 적성검사, 3차 면접시험으로 진행된다. 시험은 보통 (안산은 경기남부이다) 수원 근교에서 봤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험장까지 보통 2시간 이상 걸렸다.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보통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했다. 처음으로 시험을 보러 간 날, 우리는 서로 부담이 없었다. 공부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안 됐으니 당연히 불합격을 예상했다. 시험장에 아들을 내려놓고 나는 조조영화를 보며 아들을 기다렸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아들은 오랜만에 긴장을 해서 무척 배가 고프다며 수원 왕갈비를 먹자고 했다. 나를 위해 수원 왕갈비 맛집 검색까지 한 아들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두 번째 시험부터는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까? 시험을 마치고 나온 아들에게 잘 봤는지를 물었다. 합격선은 아니지만 나름 잘 본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우리는 수원 왕갈비탕을 먹고 집으로 갔다. 아들이 합격을 장담한 세 번째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우리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차 안에서 아들은 오답노트를 보고 있었다. 간혹 가방을 뒤져 책을 꺼내 확인을 했다. 나는 아들을 시험장 앞에 내려놓고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다람쥐처럼 시험장 근처를 뱅뱅 돌았다. 얼마 후 시험을 마친 젊은 청년들이 우르르 교문을 빠져나왔다. 아침에 시험장에 들어갔던 수험생들의 분위기가 약간 들뜬, 희망찬 분위기였다면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청년들의 분위기는 흡사 지옥문이 열리고 악령들이 나오는 영화처럼 무섭고 음산했다. 교문을 나서자마자 담배를 피우는 수험생, 전화를 거는 수험생, 교재를 뒤적이며 나오는 수험생까지 교문 앞은 수험생과 부모들로 인산인해였다. 전화를 걸며 걸어 나오는 아들이 보였다. 나는 전화를 받으며 아들을 향해 손을 들어 힘차게 흔들었다.
어때? 잘 봤어?
말 시키지 마.
왜? 망쳤어?
아들은 차 안에서 시험지와 교재를 번갈아보며 답을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출발도 못하고 아들의 눈치를 살폈다. 시시각각 변하는 아들의 표정은 희망과 절망이 공존했다. 지켜보는 내가 더 불안했다. 마지막 시험지를 가방에 넣으며 아들은 고개를 숙였다. 운명의 신은 희망과 절망에서 줄을 타다 절망 쪽으로 넘어간 듯 보였다.
밥 먹자.
괜찮아. 집으로 가.
내가 배가 고파서 그래. 밥 먹고 가자. 뭐 먹을래?
아빠만 먹어. 나는 생각 없어.
우리는 시험장 근처 허름한 순댓국집에서 밥을 먹었다. 아들이 나에게 약속한 일 년이 다됐다. 후년이면 아들은 서른 살이다. 실패가 익숙한 공시생으로 아니 공시생이 직업이 될 수도 있다. 아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빠, 내가 인강 들으며 공부를 시작한 지 일 년이 됐지만, 학원에 등록한 지는 정확하게 구 개월 됐어. 일 년짜리 코스잖아. 구차하게 변명 안 할게. 앞으로 시험 한 번만 더 보자. 그때까지만 지원해 줘.
알았으니까 밥 먹어. 밥 안 먹으면 지원도 없어.
그제야 아들은 수저를 들고 순댓국을 우걱우걱 먹었다.
하늘이 도왔을까? 상, 하반기 시험이 끝나고 12월에 특별 시험 공고가 떴다. 한 해에 3번의 시험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12월 22일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날, 나는 아들을 시험장에 내려주고 시험장 근처가 아닌 교회 근처를 서성였다. 나는 모태신앙이었지만 교회를 안 간 지 이십 년도 넘었기에 양심상 차마 교회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교회 주변을 서성이며 웅얼거리기만 했다. 시험을 마친 아들은 생각보다 얼굴이 밝았다. 영어가 조금 어려울 뿐 나머지는 대체로 잘 본 듯했다.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밥을 먹고 카페에 들어갔다. 보통 시험이 끝나면 한 시간도 안되어 정답과 예상 합격선이 떴다. 아들은 답안지를 맞혀보다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 저녁, 나는 아들에게 카드를 건네주며 여자친구도 마음고생 많았을 테니까 돈 걱정 말고 마음껏 쓰라고 했다. 내가 봐도 내가 조금은 멋있었다.
체력학원 등록해야 하는데...
걱정 말고 마음껏 써. 여자친구 옷도 좀 사주고, 너도 좀 사 입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한도 걱정 없이 마음껏 써. 내가 너의 통을 보겠어.
실수였다. 마지막 말은 하지 말 것 그랬다.
딩동! ABC마트 52만 원
딩동! 롯데 아웃렛 68만 원.
딩동! 대게 맛있는 집 35만 원.
나도 대게 좋아하는데..., 나는 비싸서 못 먹는데.
딩동!
이번에는 뭘까? 어떻게 아빠 말을 이렇게 잘 듣냐? 너 그런 아이 아니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