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추앙받고 싶다를 마치며

by 윤희웅

2022년 9월에 시작한 '아들에게 추앙받고 싶다'의 연재를 이제 마칩니다.

나는 아들에게 추앙받고 싶어 하는 아버지였지만 실은 아버지 역할을 잘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버지에게 아들은 아버지의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 아버지인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나와 닮은 아들이 이루어 주길 원했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심 원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다툼이 생겼죠. 많이 늦었지만 아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아들, 아빠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어느새 아들은 더 이상 저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들을 지켜볼 뿐입니다. '아들에게 추앙받고 싶다'는 아들의 20대(20살~29살)의 기록입니다. 2023년 지금은 나름 제복이 어울리는 경찰이 되었습니다. 이 글의 마지막은 아들에게 쓰는 편지로 마치려 합니다.



아들에게

아빠가 브런치에 너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을 언제쯤 알고, 글을 읽을까? 비밀로 해서 미안하다. 너에 관한 글을 쓴다고 미리 말하면 너는 못 쓰게 할 것 같아서 일단 비밀로 썼다. 대신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어.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너의 20대를 지켜보면서 많이 아팠단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내가 강남 부자 아빠였다면 더 많은 것을 해줬을 텐데 아쉽게도 나는 가난한 안산 아빠였다. 하지만 나는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했다. 내가 노동 운동을 한 이유도 너였어. 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내가 일했을 때 보다 조금 더 나은 노동환경이 왔으면 좋겠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 내가 학교 운동(학교 운영위원, 고교 평준화 운동)을 한 이유도 너였어. 학교에서부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지. 아들, 기억나니? 고3 때, 공부 안 하고 반항할 때 나는 너와 머리를 시원하게 빡빡 깎았지. 너는 두 달 만에 이 전 너의 머리로 돌아왔지만, 나는 반년이 지나서야 이전 머리로 돌아왔던 일. 내가 머리를 빢빢 깎을 수 있던 이유도 너였어. 네가 태어난 이후 나의 모든 이유는 너였다.


1991년 6월 18일 나는 판문점 근처 GOP에서 근무하고 있었어. 저녁 점호 시간 무렵 엄마의 삼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지. 출산을 앞둔 너의 엄마가 위험하다며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전화였지. 소대장이 직접 차를 몰아 GOP 철책선에서 문산 시내까지 태워다 줬지. 부대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택시비를 마련해 줬어. 택시를 타고 인천 길병원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었지. 간호사의 도움으로 너의 엄마를 잠깐 봤어. 그리고 다음날 오후 2시 16분 너는 태어났단다. 수술실 복도에 앉아있는 나에게 간호사가 너를 안고 나왔어.

"축하드립니다. 아들이에요."

나는 너를 처음 봤어.

"안아보세요."

손을 잠깐 잡았을 뿐 너를 안지 못했어. 안으면 유리처럼 깨질 것 같았어. 그만큼 작고, 예쁘고, 눈부셨지.

너는 그렇게 내 앞에 왔단다. 그때 다짐했지. 22살의 어린 아빠지만 너를 잘 키우겠다고.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네. 교장선생님처럼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고 이만 줄어야겠다. 어릴 적 우리 집 가훈 기억나니? 착하게 살자. 너는 무슨 가훈이 조폭 가훈 같다며 싫다고 했지. 나는 지금도 우리 아들이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거기다 한 마디만 더하면 정의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쉽지는 않겠지만 약자에게 따뜻하고, 소수자를 이해하고, 약자를 대신해서 강자에게 덤빌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많이 힘든 거 알아, 승진 점수가 제일 높은데도 승진이 안된 이유가 처세술이 부족해서라는 이야기를 너에게 듣는 순간 내가 다 부끄러웠다. 너는 그런 어른이 되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자주 생길 거야. 그럴 때마다 힘은 들겠지만 너는 너의 길, 착하고 정의로운 길을 걸었으면 좋겠어. 언젠가 브런치에서 다시 너의 30대, 40대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아마 힘들겠지. 너는 나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을 거야. (너무 식상한 표현이다) 아마 이 편지가 아빠로서 이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다. 1991년 6월 19일 오후 2시 16분 너를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다. 나에게 와줘서 정말 고맙다. 아들, 인생 별거 없다. 행복하게 살아.


2023.02.14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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