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봄, 바다로 띄우는 편지

by 윤희웅

어느새 아홉 번째 봄을 맞이하네. 아빠는 지금도 기억해. 너를 처음 보던 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아주 맑은 날이었다. 꽃피던 봄이 지나가고 더운 여름이 들어오는 길목이었지. 분만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아빠에게 하늘이 열리며 찬란한 빛 한줄기가 내 가슴으로 내려와 안겼어. 너는 엄마, 아빠에게 천사였다.

방긋방긋 웃던 천사 같은 우리 아이. 코를 실룩거리며 재채기하는 너의 얼굴, 너의 작은 몸에서 나온 코딱지를 엄마, 아빠는 얼마나 신기했는지 신줏단지 모시듯이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단다.


아빠의 손을 놓으며 스스로 걷던 너의 첫 발걸음. 너의 첫걸음에 엄마는 환희에 찬 울음을 터트렸고, 아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처음으로 엄마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는 빛보다 빨리 달려 저 먼 우주까지 내달렸지. 아빠를 찾는 너의 목소리는 그 후로 한 달이 지나서였다. 아빠가 얼마나 섭섭했는지 너는 모를 거다.


어느 날, 한밤중에 너의 몸이 불같이 뜨거워 자다 일어나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던 날도 있었지. 병원에서 치료받고 조금 열이 내리고서야 알았다. 엄마, 아빠 모두 짝짝이 신발을 신었다는 것을.


할머니가 사준 가방을 메고, 삼촌이 사준 신발을 신고, 이모가 사준 새 옷을 입고 처음으로 등교하던 너의 모습. 너는 가족 모두의 자랑이었고 보물이었다.


중학생이 되어 모든 일에 냉소적으로 바뀌는 너의 모습에 엄마, 아빠는 얼마나 귀여운지 너 모르게 많이 웃었다. 너는 그때 꽤 진지했었는데 웃어서 미안해.


날아가는 참새만 봐도,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는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친구들과 마음껏 놀지도 못했지. 대학이 뭔지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밤새 야자로, 학원으로 별 보고 나가서 별 보고 들어오는 너의 지친 어깨.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아빠가 부자가 아니어서 미안해. 너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수학여행에 입을 옷이 없다고, 신을 운동화가 없다고 조심스럽게 사달라고 말했을 때 사주지 못해서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능력이 없어서 정말 미안해.


배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너의 문자. 엄마, 아빠 사랑해. 우리도 너를 사랑한다. 너는 엄마, 아빠 그리고 너의 친구들과 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 가슴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며 숨 쉬고 있단다. 맑은 하늘에서 한 줄기 빛으로 내려온 우리 아이. 벌써 아홉 번째 봄이 지났네. 바닷속은 꽤 추울 텐데…. 바닷속은 많이 외로울 텐데…. 보고 싶다. 우리 딸.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 한 엄마가 딸에게 적어놓은 편지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것을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더 벌어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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