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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코박 닥터 Nov 02. 2022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끔찍했던 일주

큰 아이의 질병 2

그다음 주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끔찍한 일주였습니다.

암이 이미 전이되었는지 아닌지 알아야 했습니다. 치료 프로토콜은 전이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에 따라 달랐기 때문이지요.  


흉부 스캔, PET 스캔, 핵형 분석, 항암치료를 위한 챔버 배치... 많이 기다렸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딸은 그 당시 왼쪽 다리가 아프다고 말했었습니다.

엄마 의사인 나는, 최악을 두려워했습니다. 

'혹시 다리로 전이된 건 아닐까?' 

의사로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합니다.

얼마나 큰 고뇌였는지...


PET 스캔의 날을, 나는 항상 기억할 것입니다.

엘리아나는 공복에 배고픔도 참아야 했습니다. 사진 찍기 전 약이 신체에 통합될 때까지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PET 스캔을 찍는데 데 불편한 자세로 취하고 움직이지 않아야 했습니다.

병원 직원들의 동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실의 차가움 과 기계의 차가움을 느꼈습니다.  


엘리아나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엄마로서 나는 딸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픈 자식들 둔 부모님의 고통을 알게 되었네요... 


엘리아나 다양한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 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던 곳, 암 소아과 부서의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검사를 마치고 돌아와 소변을 본 후 손을 씻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엘리아나를 옆에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엘리아나가 별이 보인다며 어지럽다며 나에게 말하다가 한순간에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나는 바로 옆에 있었고 아무 데도 부딪치지 않아 다치지 않았습니다.


' 혹시 뇌에 전이가 있는 거 아니야?'그놈의 의학공부... 의사로서 나는 또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습니다. 의학 공부를 해 놓고 단순한  미주 신경성 실신 앞에서 뇌의 전이를 생각했다는 내가 어이가 없네요...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거의 모든 암 소아과 직원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우리 딸의 작은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 "엄마." 나는 그것을 듣고 얼마나 안심했었는지. 엘리아 그날 혈당도 확인하고, 혈압 검사, 완전한 신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끔찍한 발표가 있은 지 일주일 후, 우리는 암 소아과 팀과 약속이 있었습니다. 전이가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기로 됐었고 우리는 다음 치료 과정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 얼마나  큰 고뇌였는지...

우리는 암 소아과 병동에 맞은편 작은 회의실에서 만났습니다.  발표를 한 여성 의사는 없었고, 처음 보는 젊은 남자 의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캐주얼 청바지에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가진 매력적인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간호사, 레지던트 등 암 소아과 팀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남자 의사는 우리에게 전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그는 우리에게 친절하고, 잘 생기고 즐거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전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생기는 안도감! 도리앙은 여자 의사와 상담실을 나쁜 소식과 부정적인 감정, 남자 의사를 좋은 소식과 긍정적인 감정과 연관 지었다고 지금도 말합니다. 그가 여자 의사를 볼 때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고 남자 의사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편은 우리가 나쁜 소식을 들었던 진찰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감정과 사람들을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이것은 암 발표를 할 때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기억이 났습니다. 우리의 영웅 남자 의사가 나의 동료 의사였다는 것을...

보아테 작은 도시 임상 병리과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현미경으로 환자들 혈구를 체크하는데 만 네 살짜리 아이에게 백혈병을 발견했습니다. 백혈병은 현미경으로 진단하거든요. 응급상황이라 담당의사한테 꼭 전화도 해야 하고요.  근데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담당의사는 통화를 수십 번 해도 전화를 안 받더군요. 이거 응급상황인데... 마음은 바쁘고 초조하고 내가 만나지도 보지도 않은 아이 환자 부모님께 직접 전화할 수도 없고, 무작정 큰 대학 병원 암 소아과에 내가 직접 전화했습니다. 그때 내 전화받고 어린 환자를 치료하신 의사가 바로 엘리아나의 남자 의사였던 겁니다. 그 일이 나고 몇 년 후에 내가 일하는 임상병리과로 나에게 꽃다발이 왔었습니다. 감사의 꽃다발. 그 어린아이가 백혈병을 이겨내고 건강하다는 소식과 함께... 이럴 때 의사로서 진짜 흐뭇합니다.


항암치료 프로토콜이 결정되었습니다. 3 주마다 일주 일씩 3번의 항암 치료. 엘리아나는 머리카락 빠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머리 되면 밖에 안 나간다고... 엘리아나는 나처럼 길고 곧은 머릿결에 나와 반대로 훨씬 얇고 가벼운 머리카락입니다. 

대머리가 되기 전에 중간 단계를 만들기 위해 단발로 자르는 것이 좋다 권해서 나는 엘리아나에 그 긴 머리를 단발로 잘라야 했습니다. 마로서 속은 아팠지만 재밌는 기억되라고 웃으면서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엘리아나는 많은 머리카락이 빠졌지만 그래도 다행히 대머리는 안 됐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 항암치료 세 번 과정이 끝날을 때 머리카락이 곱슬로 자랐습니다.


도리앙과 나는 의사가 엘리아나의 방에 와서 설명해 줄 때 어린이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어린이 버전으로 다시 설명해 두 번째 설명을 받았습니다. 애들이 이해할 수 있고 알맞은 언어로 엘리아나에게 아주 잘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엘리아나의 동생들에게 엘리아나의 암에 대해 설명할 때  단어들 사용했습니다. 나쁜 세포, 좋은 군인, 싸움...


모든 것이 매우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100% 정부 건강보험 신청 (-프랑스에서는 암 걸리면 정부에서 100% 의료 보험 해줘서 병원비가 없습니다. 물론 보험도 따로 들어야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공짜인 셈이다.-)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

리아나는 일주일에 두 번 혈액 검사를 해야 했었습니다. 집에서 피를 뽑아 가는 간호사를 불렀습니다. 근데  간호사들은 엠라 패치 (마취 제품)를 해도 엘리아나를 아프게 했습니다... 너무 안쓰러워 나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가 직접 내 딸인 엘리아나의 피를 뽑았습니다.

 간호사들이 아이에 피를 뽑는 것 그리고 내가 임상병리 의사이기 때문에 일종의 압력을 받아 평소처럼 안 되고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내가 피 뽑을 땐 내가 너무 잘해서 그런지 엘리아나가 하나도 안 아파했습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엘리아나의 고통, 구토,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엄마인 나에게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병원에 있었을 때, 다양한 종류의 암을 걸린 작고 큰 애들과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병이 더 심각하고 우리 딸의 병이 그들에 비해 "최소 작은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는 항암치료도  단지 3 개월 만에 끝나는 것 까지도 거의 유죄라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몇 달, 몇 년 동안 그 병동에 있고 멸균된 방에 있는 사람들, 완화 치료 선고받은 (죽음 선고받는 거나 마찬가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에 마음을 매우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엘리아나를 위해, 부모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아이를 위해 강해야만 했습니다. 친구 심리학자에게 들은 얘기였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반면에, 나는 암 소아과 병동에서 환영받는다고 느꼈습니다. 부모들이 방에서 아이와 함께 잠을 잘 수 있었고, 병동 부서 내에 부모님의 부엌,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우리는 냉장고 공간, 냉동고 공간, 전자레인지, 사물함 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심지어 세탁기와 건조기도 있었습니다. 아픈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암 걸린 애들을 위해 협회를 만들었었습니다. 이 협회는 병원에서 아이들의 삶을 즐겁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협회 덕분에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애완동물 치료" 프로그램도 사용했습니다.  우리 딸은 동물들 보러 가기를 좋아했습니다. 사실 TV를 제외하고 병원에서 많은 약(항암, 구토 멈춤...) 펌프 줄에 연결된 어린이는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토끼, 햄스터, 비둘기, 쥐, 기니피그, 친칠라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쓰다듬고, 음식을 주고, 마실 거 주고, 닦아주고, 그들과 의사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친칠라의 코트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그때 알았습니다. 오히려 엘리아나 보다 내가 더 즐거웠나 봅니다.


또한 음악 치료사도 있었지만 불행히도 여름휴가와 우리 항암치료 날짜 사이에 삐져나가 엘리아나는 음악치료는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 엘리아나가 아쉬워했습니다.


엄마인 내가 집에 없기 때문에 만일곱 살이었던 두 번째 딸, 디아나는 통제할 수 없는 화와 울부짖음을 자주 했고 만네살 반 딸, 아스트리드는 낮에 팬티에 오줌똥을 싸기도 했었습니다. 막내딸, 구 개월 애기 아리엘에겐 아무 일이 없었지만 계획하지 않고 모유 수유를 갑자기 중단해야 했습니다... 지금 아리엘은 곧 만세 살이 될 것이지만, 아직 혼자 제대로 못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리엘이 그 당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나도 엄마 필요해' 라도 하고 싶은 말을 이 늦은 걸음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엘리아나 검사와 치료에 모두 동행했었습니다. 끝날 때까지 힘들어도 강해야 했습니다. 힘들어도 딸을 위해 이겨냈습니다. 나는 모든 치료가 끝난 후 쓰러졌습니다. 너무 힘들은 나머지 7개월 동안 일을 쉬었습니다.


항암치료 세 번  과정이 끝날 때, 우리는 대학병원 아모르 여러 번 돌아가, 엘리아나와 디아나암 소아과 담당 상담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스트리드는 너무 어려서 상당자 앞에서 말하기 힘들어해 상담을 못했습니다. 엘리아나와 디아나는 그 상담자를 만나러 가는 것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작은 키 긴 갈색 곱슬머리에 매우 부드러운 그녀의 책상은 우리 애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장난감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상담은 비공개였으며 상담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애들이 기뻐한다는 것이었고 나는 그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각 세션이 끝날 때마다 심리학자는 애들 상담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엄마인 나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항상 상담실에서 나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나도 상담자(첫 번째 상담은 좋았는데 그 이후 론진 전이 안 돼서)와 함께 상담을 시작한 다음 가톨릭 환경에 결혼 상담자와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또한 이자벨 필리오자의 "완벽한 부모는 없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나는 그 당시 내 내면의 치유가 시작됐었는데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성취하지는 못했습니다.


상담자에 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상담자가 있고 저런 상담자도 있고 상담자도 사람이니 맘이 안 맞으면 무조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상담자가 자기의 상처를 못 치료한  상담하러 오신 분께서 자신의 상처를 거울처럼 보여줄 때 많이 힘들 거 같습니다.

경험을 했습니다. 친구가 청소기가 집에 없고 여태 못 산다고 해서 나는 위로를 해주긴커녕 친구를 혼냈습니다. "아니 지금 이 세대에 누가 청소기가 없어?"

내 안을 들여다 보니 나도 그랬습니다. 식기 세척기도 식구가 5명이 되어야 겨우겨우 사고 의류 건조기도 식구가 6명돼야 겨우겨우 사고... 알고 보니 친구를 혼내는 게 아니고 나 자신을 혼내고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전화했습니다.


귀중했던 시부모님들, 같이 계셨던 시어머니의 쌍둥이 여동생, 매일 멀리서 나와 함께하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신 친구들, 딸의 삶을 편하게 해 줄 팁(Tip), 기도, 동료들의 존재와 지원에 대해 아무리 감사해도 충분히 감사할 수 없습니다.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의학을 실천하시는 내 가정 의사님, 비록 그녀가 환자의 말을 듣는 대신 많은 말을 하는 경향이 있더라도 (이것은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나쁜" 점이지만 나는 그것이 자신을 안심시키는 그녀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멀리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신 가족들과 수녀님, 기도 부탁들 그리고 성당 사람들을 포함하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신 모든 친지들 너무 감사합니다.


내 이야기는 전형적이지 않고 평범하지 않습니다. 특별합니다.


https://brunch.co.kr/@4179781ab6314e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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