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가사집 1 02화

나도 주인공이 돼보네

연애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

by 리노

연애(戀愛) : [명사]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 (네이버 사전)

이성과 호감을 가지고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더 깊어지면 남에서 가족이 되는 과정 중에 하나로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죠.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연애도 결국 인간관계 중 하나죠. 좋기만 할 순 없다는 건 아마 다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비 온 뒤 땅 굳는다고 하듯, 어떤 사람들은 한 번의 다툼이 서로를 더 깊게 알고 더 돈독한 사이로 만들어 줄 수 있죠. 하지만 그 반대도 있죠.


이번엔 연인이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 '에픽하이'의 [연애소설 (feat. IU)]의 가사를 읽어보겠습니다.


[가사 전체를 읽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기억나? 네가 가족사를 들려준 밤”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족사를 말해본 적 있나요? 정말 마음을 나누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말하기 민감한 이야기죠. 자신의 가족사가 자칫 나를 바라보는 색안경이 될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어서 말하지 않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가족사를 말한다는 건 그 사람을 정말 많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사람이라는 거겠죠. 연인이라면 이런 사람이 충분히 될 수 있죠. 물론 처음부터 이런 얘기를 꺼내긴 어렵지만, 가족사를 얘기할 수 있는 연인이라는 건 정말 심리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증거죠.


‘타블로’는 가사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깝게 의지하던 연인의 이별을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었는지를 “기억나?”라는 말로 시작해 자세하고 또 은유적인 표현으로 이야기합니다.


“한참 울었거든 샤워실에서, 비누에 붙은 너의 머리카락을 떼며” 가사 마지막 구절입니다. 샤워실을 같이 썼다는 증거인 비누에 붙은 머리카락을 뗌으로써 완전한 이별을 말하고 있죠. 이별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이별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게 상당히 인상적인 구절이죠.


“우리가 마신 건 운명인 것 같아”

사랑이라는 게 천천히 다가오기만 하진 않죠. 정말 한 순간에 눈길을 사로잡아 푹 빠지게 만드는 운명을 믿게 만드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죠. 사람 자체의 매력이 아니더라도 어떤 상황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하죠. 특히 술이 들어가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술로 시작된 인연이 한순간의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걸 계기로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을 키워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외력이 만들어낸 감정에 그 힘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 그렇게 좋은 경우를 못 본 것 같아요.


‘미쓰라’의 가사에는 빠르게 가까워진 연인의 이별 이야기가 담겼어요. 한 순간에 서로에게 스며들어 필연적으로 만난 우리라고 생각했다가, 이별이 다가오며 서로를 악연이라고 말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죠.


사랑으로 보던 눈빛의 부드러움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서로를 다치게 할 수 있죠. 여기서는 상대의 날카로움을 나무라지만, 자신의 눈빛 또한 날카롭게 상대를 향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인 가사예요.


“나에게만 특별한 얘기 참 진부하죠?”

회자정리. 만남이 있으면 이별 또한 있다는 말이죠.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만남과 이별을 마주합니다. 언젠가는 부모님과도 헤어지고,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거치면서 친해지고 멀어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죠.


연인도 똑같아요. 첫 연애에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만날 수도 있지만, 여러 명과 교제를 경험할 수도 있죠. 이별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인간이 사회에 살면서 생기는 만남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는 한 말이죠.


브릿지에서는 이 흔한 얘기가 나에겐 특별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이별은 너무 흔한 이야기라 남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삶의 요소지만, 그 당사자인 나에겐 대충 지나갈 만한 경험이 아니죠. 스쳐가는 사람이면 모를까 가까웠던 사람과 멀어지는 건 언제나 새로운 아픔을 선사하죠.


에픽하이의 [연애소설]

연애소설.jpg [연애소설]는 2017년 10월 23일에 발매된 에픽하이의 정규 9집 앨범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의 타이틀곡입니다.

‘연애소설’의 가사 첫머리에 “우리 한 때 자석 같았다는 건 한쪽만 등을 돌리면 멀어진다는 거였네”라는 구절이 있어요. 이별을 암시하는 펀치라인을 쓰며 노래를 시작하죠. 힙합을 자주 듣는 분이라면 아마 ‘펀치라인(Punchline)’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요.


펀치라인은 한 대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주는 구절을 의미해요. 보통 펀치라인을 쓰기 위해서 ‘중의법’을 많이 사용하죠. 에픽하이는 시적인 표현과 공감을 사는 가사를 특징으로 힙합음악을 하는 팀이에요. 특히 타블로는 중의법을 이용한 펀치라인을 자주 사용하는 래퍼죠.


이 앨범은 타이틀곡이 2개인데 하나가 이번에 소개한 ‘연애소설’이고 또 하나는 ‘빈 차’에요. ‘빈 차’는 경쟁과 현실에 지친 현대인의 비애를 담은 노래예요. ‘연애소설’을 들었다면 이 노래도 들어보는 걸 추천해요.


에픽하이는 워낙 가사를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해서 이번에 소개한 노래가 마음에 남는다면 다른 노래들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가사를 분석하는 글쓴이로서 인상적인 가사가 특징인 에픽하이의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듣고 읽어보면 좋겠어요!


흔히 있는 일이지만 나에겐 너무나 특별한 이야기가 되는 연인과의 이별을 담은 노래, ‘연애소설’을 살펴봤습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런 말을 했어요. “너무나도 크고 광활한 이 우주에서 우리는 너무 외로운데, 그 외로움을 버틸 유일한 방법은 사랑뿐이다.”


이별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이별을 경험하고 아픔이 아직 치유되지 못한 분들도 있을 거예요. 아직 상처가 많이 아프다면 외로움에서 잠시 표류하다가 다시 사랑을 주고받는 세상에서 헤엄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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