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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Jul 23. 2024

나는 배민이 싫어요

배달앱에도 단골은 존재합니다

왜 우리는 하필 배달의 민족일까요?

매장취식의 민족이나

테이크아웃의 민족이 아니고



처음부터 배민을 싫어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카페개업과 동시에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저는

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배달앱입점을 시작하였으나,


매장매출보다 배달매출이 앞서기 시작하더니,

종국엔 오로지 배달매출에만 의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쿠팡이츠, 요기요, 배민원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배달플랫폼에 입점을 하였고

그때는 정말이지 배달앱이 한줄기 빛, 구세주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입니다


당시는 각 배달앱들이 업계에서 선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서,

각종 수수료 무료 내지는 할인정책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에 입점업체를 폭발적으로 늘려가던 때라

입점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이 낮은 편이었고,

그것이 코로나시대에 직면한 배달앱들과 입점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노력, 윈윈전략이라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내가 '파트너' 라 생각했으나,

그건 참 뭘 모르는 초짜사장의 생각이었죠.

배달플랫폼에게 입점업체는 파트너가 아니라

그저 고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집합금지가 해제되고,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다시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였지만,

한동안 사람들은 이전의 생활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배달주문건수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한때는 오직 오토바이소리밖에 들리지 않던 골목에

그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라이더분들도 이전과 달라진 배달경기체감을 토로하셨고

어느 날, 마침내 배달주문이 단 한건도 없자,

저는 설마 하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혹시 주문접수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으나,


모든 것은 정상이었습니다.




우리 카페의 경우

최소배달비용 13000원 이상


중개이용료

배달비

정산수수료

부가세

를 제하게 되면,


제게 입금되는 건 8천 원 정도인데,

이것은 굉장히 많이 받는 편에 속합니다.


그것은 바로 울트라콜도 하지 않고

쿠폰도 발급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배달앱에서 광고 혹은 상위에 노출되기 위한 비용을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배민의 모토는

‘장사에 힘이 되드리는 배달의 민족'이지만,

전혀 힘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달주문이 많을수록 점점 힘이 빠집니다.

바로 내 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 정도입니다.


장사꾼들이 곧잘 남는 게 없다고 하는 말이 빈말인 줄 알았으나

장사하니까 그 말이 꼭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배달앱은 정말 남는 게 없으니까요.


올해 들어 배민은 모든 입점업체들의 성장기회라 광고하며,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사실 그것은 고객센터에 요청하여 진행했던 것을,

사장 스스로 셀프로 할 수 있게끔 바꾼 것인데

굉장히 뭔가 편리하게 만든 것 같으면서도, 불편해진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 그것은 오로지 배민을 성장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배민상회에서 시크릿특가로

식자재구입을 종용하고

배민클럽 가입을 종용하고,

쿠폰혜택으로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라 종용하지만

결국 입점업체가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마구 쿠폰을 발급하여 매출이 오르도록 유도하는 것을 편리하게끔 만든 것입니다.

쿠폰을 사용해서 제일 좋은 건 고객도 사장님도 아닌 배달플랫폼입니다.


최근에는 배민에서 상담원을 통해 전화까지 직접 하면서까지 배민비즈포인트를 패이백해준다며 쿠폰을 발급하라고 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배민이 쿠폰발급을 유도하려고 전화까지 하는 걸 난생 첨 겪어보며, 배민 실적이 예전 같지 않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님들이 쿠폰을 마구 발행하기 편하도록, 서비스 개편을 단행했지만 생각만큼 이용하지 않은 까닭이겠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럼에도 배민사장님 앱을 제거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고객 때문입니다.

배민에도 우리 카페의 단골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리뷰이벤트를 한 번도 진행한 적이 없음에도

좋은 리뷰를 올려주시고

한번 이용했던 분들이 또 꾸준히 주문해 주십니다.


또 그런 분들은 항상 같은 메뉴만 주문하시는 경향이 있어서

메뉴만 봐도 ‘아, 이분이구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각에 혹은 며칠 동안 매일매일 주문하시기도 합니다.


그런 단골들이 매번 배달주문을 하시다가 카페에 직접 오시기도 하는데,

'매번 주문해 먹다가 직접 와봤어요'라고 말씀하실 때는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제가 가장 바라는 것은 사실 그것입니다.

배달주문하시던 분들이 마침내 카페에 직접 오셔서

카페의 공간, 분위기를 즐기면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시는 것을요.


배민 가격과 매장가격을 같게 설정해 놓은 것은 그러한 이유입니다.

배민에서 매장과 같은 가격이라고 배지를 달아줘서가 아닙니다.

비록 나에게 떨어지는 액수가 같지 않아도, 매장손님도 배달주문손님도 나에게 소중한 손님입니다.


(최근 배민은 매장과 같은 가격 배지를 달도록 유도합니다. 배달앱가격이 더 높은 업체가 많은 이유겠죠. 매장보다 배달앱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고, 배달비도 전부 고객이 부담시키도록 하는 것은 결국 그만큼 배민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반증인 것을)


배민이 싫은 거지,

배민을 이용하는 고객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서 우리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은 배달앱주문 고객이기에 매장에 오신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또한 조건 없이 서비스를 드립니다.

입점업체든 배달앱이든 그 누구도 주문고객만큼 비용부담을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배달주문도 매장에 오신 손님과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대면하고 있지 않아도,

대면하고 있는 듯한 정성과 서비스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쿠키 5개 이상 배달주문하시는 분들은

갓 구워서 배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세상에 갓 구운 것만큼 맛있는 게 있을까요?

갓 구우면 당연히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주문한 고객님이 쿠키박스를 열었을때

구운 피칸과 캐슈너트의 꼬숩함이 진동하고, 다크초콜릿과 밀크초콜릿이 온기로 인해 녹진하게 흐르는 쿠키를 보면, 차마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쿠키박스 안에 풍미와 따뜻한 온기까지 그대로 배달할 수 있다니!


시각, 미각 뿐만 아니라

후각, 촉각까지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럼에도 배달은 계속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배달앱은 필요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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