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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Aug 01. 2022

에미야, 이제 일 그만하고 집에서 쉬면 안 돼?

아비 혼자 벌어서는 안 돼?

초복이어서, 삼계탕을 사서 어머니를 뵈러 다녀왔다. 삼복더위에 어머니 집 주방에서 뭔가를 끓일 자신도 없고, 뭔갈 끓인다며 어머니 집을 덥힐 생각도 없어서, 집 근처 삼계탕집에서 포장을 했다. 어머니께서는 한 주 전부터 오지 말라는 전화를 여러 차례 하셨다. 우리는 간다는 말도 안 했는데, 안 와도 되니까 오지 말라고도 하셨다.


우리는 요즘 어머니께 미리 간다고 전화하지 않는다. 그냥 불시에 들이닥친다. 사실, 전화로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는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입모양을 보고 표정을 봐서 그런지 그런대로 대화가 되는데, 전화로 통화하려면 목적한 바의 10%도 달성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기 일수다. 작년부터 주 6일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통해 어머니의 모든 동태가 파악이 되어서, 굳이 어머니께 무언갈 묻지 않게 된 이유도 있을 거다. 이번에도 불시에 들이닥친 우리를, 어머니는 집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계셨다. 마치 우리가 올 걸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어머니는 복날이니까 내가 올 거라고 예상하고 계셨다.  막내며느리가 복날은 꼭 챙기는 걸 아셔서, 초복 한 주 전부터 전화를 하신 것이다. 작년 초복에는 마침 함께 지내고 있는 시누이 가족들과 즐기시라고 치킨을 시켜 드렸었는데, 그것도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다. 90 노인에게 치킨이 결코 먹기에 마땅한 음식은 아니었을 거다. 그걸 알면서 배달시키는 나도, 마땅치 않으면서도 맛있게 잡쉈다며 반복해 고마움을 표하시는 어머니도, 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찰떡궁합이다.


연실 웃으며 뭐하러 왔냐고 말씀하시던 분이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에미야, 이제 일 그만하고 집에서 쉬면 안 돼?"

사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아비 혼자 벌어서는 안 돼? 언제까지 일할 거야?"

비로소 나는, 어머니 말씀의 요점이 파악되었다. 힘들지 않냐고, 그만 일하고 집에서 놀고 쉬라고, 그런 말을 연달아하시며 또 말씀하셨다. 어머니 노인 연금 통장에 돈 있으니까 그걸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90세 노인에게, 일하는 이유는 돈이 전부일 거다. 그리고 그건 정말 맞다. 돈은 중요하니까. 하지만 아직 70인 내 친정어머니께서는, 내가 일하는 이유에 돈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고 어렴풋이 짐작하신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건 허무하니까, 아이는 내가 키워 줄 테니까, 할 수 있으면 일을 하라고도 이야기하셨다. 90 노인과 70 노인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그리고 90 노인의 그 촌스럽고 순진한 마음에 위로를 받는다. 이렇게 어머니의 물정 모르는 소리가 나는 정말 좋다.

어머니는 물정 모르고, 촌스럽고, 구식이고, 단순하다. 그래서 나는 무장해제되고, 덩달아 단순해지고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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