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존슨 증후군

7) 네? 그게 뭔가요?

by 김 고운



격리실을 나서던 도중 교수님이 뒤를 돌아 나를 불렀다. 격리실 밖에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으니 잠시 나와달라고 했다. 나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교수님을 따라나갔다.

격리실 문 앞. 교수님은 나를 불러놓고도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보호자분, 저희가 아버님 피검사 결과를 확인했는데 췌장과 간 수치가 2000이 훌쩍 넘어요.”

순간 간 수치가 2000이 왜?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간 수치의 기준을 40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버님은 그에 50배... 굉장히 위중한 상태입니다. 몸에 물집이 많이 잡히고 있는데 저희 병원에서는 피부에 관한 치료도 해드리기가 어려워요. 오늘 오전에 검사 결과 보고 나서 바로 상급병원에 전화를 돌리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일단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봅시다. 아버님이 식사도 하시고 물도 삼키실 수 있다고 하셨었죠? 간 수치를 낮추는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복용하면서 경과를 지켜봅시다.”



내가 뭘 들은 거지?

지금 뭐가 지나갔나?

상상치도 못한 이야기에 넋이 나갔다. 종합해서 말해보자면 아빠는 너무너무 심각한데 이 병원에서는 치료도 못하고 검사도 못하고 상급병원에서는 아빠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소리 아닌가?

교수님이 가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게 서 있던 나는 문 앞에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다.


3일 만에 만나는 바깥공기가 그렇게 시릴 수가 없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 사이 아빠의 물집은 제 몸집을 착실히 불려 나갔다. 점심때쯤 아빠는 물집으로 손이 구부러지지 않아서 숟가락을 쥐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발바닥은 그 모양대로 물집이 잡혀 걸어서 화장실조차 가질 못했다.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고운아. 아빠는 좀 어때? 오늘 교수님 뵀지. 뭐라셔?”

“응. 수두가 아니래. 그래서 조직 검사를 해줄 수 있는 상급병원으로 보내주신대”

수두가 아니라는 말에 엄마는 놀라며 나에게 교수님과의 대화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 그때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오늘 아빠가 피를 토했어

물집 때문에 혼자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

간도 망가졌대

근데 아무 데서도 아빠를 안 받아준대.

어떡하지.


“엄마! 괜찮아! 지금 여기서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게 열심히 알아봐 주고 계시니까 또 이야기 들으면 전화해 줄게. 걱정 마. 그리고 아빠가 지금 신는 슬리퍼 너무 딱딱하다고 쿠션감 있는 슬리퍼 보내줄 수 있냐는데 엄마 오늘 올 수 있어?”

“알았어. 이따 일 끝나고 병원으로 갈게”


그날 저녁에도 어김없이 엄마가 병원에 찾아왔다.

아빠는 엄마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물집으로 뒤덮인 발과 함께 창가로 걸어갔다.

나는 아빠의 얼굴을 잡고 엄마가 서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주었다. 아빠는 울퉁불퉁해진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그날은 엄마와 아빠 나, 셋이 같이 울었다.






화요일 오전 회진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다는 답변을 간절히 바라며 교수님을 기다렸다. 교수님과 담당 간호사님이 들어오셨다.

네 아버님 어떠세요. 열은... 가래는... 피부는.... 간단한 설명이 오고 간 후

교수님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여셨다.

(여기서 교수님이 머뭇거린다는 말을 많이 사용했는데, 말 그대로 교수님은 우리와 만나는 내내 항상 말을 아끼고 머뭇거리셨다. 그만큼 말을 고르고 고르시며 말씀하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아버님 혹시 스티븐 존슨 증후군이라고 아십니까?”

스티븐 존슨 증후군? 그게 뭐지? 사람 이름인가?

아마 이 질환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존슨즈 베이비 로션은 들어봤어도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또 뭐란 말인가.


“저는 지금 아버님의 질환을 이 증후군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급 병원에도 스티븐 존슨 증후군 의심 소견으로 전원을 요청하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너무 당황해 망부석처럼 서서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들었지만 하나도 듣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일기에도 정신을 차려보니 교수님은 문 밖을 나서고 있었고 담당 간호사님이 내 옆에 쭈그려 앉아 계셨다고 쓰여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그날 아빠의 병명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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