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 중에 실종된 친구를 찾는 사람들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이 후끈 달아오른다.
재경 동기들만 해도 250명 가까이 모여 있는 이 방은, 관혼상제 소식을 나누고 세간의 이슈에 정담을 섞는, 말하자면 오래된 공동체다.
그 방에, 닷새 전 이런 글이 하나 올라왔다.
OOO 동기가 작년 12월 26일 히말라야 등반 이후 소식이 없다고 합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O辯과 통화를 했거나 소식을 알고 있는 동기는 연락 바랍니다.
짧고 담담한 문장이었지만, 그 순간부터 단톡방의 공기가 달라졌다.
처음엔 조심스러운 확인이었다.
“나도 최근 몇 번 전화를 했는데 전원이 꺼져 있더라.”
“같이 활동하는 글로벌OOOO네트워크 모임에서도 연락이 안 된대.”
곧이어 보다 구체적인 정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OO에서 근무했던 선배를 통해 들은 이야기라며, 이런 문장이 공유됐다.
12월 말경 혼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간다고 했는데 그 후 지금까지 연락이 끊겼습니다. 경찰에 실종 신고했고 네팔 영사관에서 추적 중이나 아직 귀국 흔적은 없고 에베레스트행 비행기를 탄 기록만 확인되었습니다.
한 친구는 이렇게 덧붙였다.
본인의 회사에서도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하네요. 현재로서는 해외에서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기록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단톡방의 말풍선들이 점점 부풀고 길어지고, 문장 사이의 여백은 줄어들었다.
다들 조심스럽지만, 동시에 서두르고 있었다.
“집을 아시는 분이 한번 찾아가 보면 어떨까요?”
그 말이 나오자, 실제로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OO동 집을 직접 찾아갔고, 관리사무소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 공유됐다.
며칠 전에 이미 경찰과 함께 확인을 했고 아직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았다는 점도 재확인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사이, 또 다른 갈래의 정보가 올라왔다.
OO과 대학 시절부터 국내외 산행을 함께 다니던 여섯 명의 단체 카톡방 이야기였다.
그 방에, OO은 2025년 12월 27일 토요일, 한국 시간 오후 2시 10분, 히말라야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 이후, 그 방에서 OO 한 사람만 메시지를 읽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단톡방 전체가 잠시 멈춘 느낌이었다.
정보는 점점 정밀해졌다.
OO의 부산 남동생과 연락이 닿았고, 종로경찰서 실종조사팀에서 확인한 내용도 공유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1월 7일 에베레스트 하산 기록이 있고 1월 10일 귀국행 비행기는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글로벌OOOO네트워크 단톡방에 올라온 네팔 영사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1월 10일 루클라 → 카트만두 국내선 항공권은 실제 한국행 비행기가 아니라 당일 노쇼로 항공사 직원이 임의로 날짜를 배정한 것이고, 현재는 12월 26일 푼기탕가 검문소 이후 숙소 위주로 확인 중입니다. 비수기라 트레커도 거의 없고 롯지(숙소)들이 문을 닫은 곳도 많아 수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읽다 보니 이건 더 이상 ‘카톡 대화’가 아니었다.
하나의 기록이었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써 내려가는 일지 같았다.
이 와중에 OO이 작년 12월 23일, 같은 단톡방에 올렸던 글이 다시 공유됐다.
히말라야 쿰부 트레킹입니다. 5천 미터 이상 고개 및 봉우리 6개를 넘는 3주간 트래킹입니다. 어제는 카트만두에서 살레리까지 270km를 12시간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내일은 지프를 타고 수르케로 가서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합니다.
그 글 아래 달렸던 댓글 하나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3주짜리 트레킹이면 마치는 날이 대략 1월 13일쯤이겠네…
그래서인지 단톡방에는 이런 ‘희망 섞인 해석’도 올라왔다.
개인 트레킹은 컨디션에 따라 일정이 늘어지는 경우가 많고, 5,000미터 이상 고개를 다섯 개 넘는 코스라면 3주는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입산과 하산 시에는 반드시 허가증과 기록이 남기 때문에 아직 확인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말들.
단톡방은 불안과 희망 사이를 조심스럽게 오가고 있었다.
나는 이런 단톡방 대화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편이다. 딱히 보탤 말도 없고, 정치나 법률, 세태 이야기에는 자연스럽게 한 발 물러서는 쪽이다.
가끔 신간 출간 소식이나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하는 글을 툭 던지듯 올린 적은 있다.
그때마다 반응은 조용했고, 한두 명의 축하 인사가 전부였다. 그래서 더, 이번 단톡방의 풍경이 낯설었다.
실종된 OO은 동기들 사이에서 은연중 가까이 있던 친구로 보인다. 사람 좋고, 말 붙이기 쉬운, 어디에 있든 금세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 한 사람이 사라지자 250개의 말풍선이 동시에 움직이는 기묘한 풍경이 연상된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대화를 읽으며 이상하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안부를 이렇게까지 걱정할 수 있고, 친구의 안부 하나에 이만큼 진지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부디, 정말 부디 거짓말처럼 불쑥 나타나 이 모든 소란을 농담으로 끝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없을 때 너네들이 이러고 있었나?
걱정 끼치고 소란 피워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좀 재미있었네.
나 아직 살아 있다. 하하하."
그날이 오면 이 단톡방은 또 한 번 밤새도록 울릴 것이다. 이번에는 안도의 말들로.
*사실에 근거했지만 성명과 직장명은 명시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상황에 따라 후속편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