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과 함께 딸려온 5백만 원짜리 선물들
내 집 마련으로 이 기나긴 여정도 끝났으면 좋겠건만 사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바로 이사.
미국에서의 이사 비용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이사할 거리, 짐의 양, 이사 일정, 이사 방법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주 (state) 내에서의 이사라도 땅이 워낙 넓기 때문에 이삿짐센터를 이용한 1인 가구 기본 비용이 적어도 $400(1300원 환율 적용 시, 약 52만 원)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며, 차를 타주로 보내는 비용은 $500가 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보통의 경우 다른 주로 이사를 한다면 가구나 가전제품을 중고로 팔거나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이사 TIP
이전에 같은 주에서 도시만 달리 이사했을 때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이삿짐센터를 이용했다.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곳보다 가격이 $150 정도 저렴했는데 그때 2시간 반에 걸쳐 이사해 준 총비용은 팁까지 합쳐 약 $250 정도 나왔었다. 단점은 영어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구글 번역기가 있으니 이 또한 문제없다. 그렇기에 이삿짐센터도 구글링 발품(?)을 많이 하면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내가 말하는
약 오백만 원짜리 선물들의 출처가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전 집주인 분이다. 집주인 분이 얼굴도 모르는 내가 마음에 들어 선물을 준 것은 아닐 테고, 무엇 때문에?
그렇다. 선물은 아니고 이전 집주인 분이 이사를 하며 남기고 간 가구와 가전제품이다. 목록을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다 (브랜드가 적혀 있는 건 인터넷에서 알아봤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마존에서 비슷한 가구목록들을 사진을 통해 대략적인 어림짐작을 해봤다).
Tempur-peric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 (약 $4000)
소파 (약 $400)
L자형 책상 2개 (약 $200), 의자 2개 (약 $400)
전기난로 기능 있는 TV 스탠드 (약 $200)
TV 2대 (약 $350)
거실 램프 1개 (약 $20)
그 밖에 커피 머신, 요가 매트, 청소 도구 용품 등
집 매수 전, 셀러 쪽 부동산 중개인(seller’s agent) 편에서 이전 집주인 분이 남기고 간 가구와 가전제품 목록을 무료로 나눔 하고 싶은데 혹시 가져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었다. 어차피 이미 그전 집에서 중고로 대부분의 물건들을 팔고 다시 새롭게 구매해야 되는 입장이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 밖에도 아파트 호수마다 세탁기와 건조기, 그리고 식기세척기가 내장되어 있어서 새 집으로 이사 올 때 필수 가전제품들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일 지출이 많이 드는 곳에서 많이 아낄 수 있었기에 그 밖에 내가 든 이사 비용은 생각보다 별로 많지 않다. 원래 새로운 곳에서 렌트를 할 생각으로 이전에 한 번 짐을 줄이고 왔기에 이삿짐이 적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먼저 이사에서 제일 큰 비용인 이삿짐 나르는 비용은 남자친구의 도움 덕분에 0원에 수렴할 수 있었다. 나에게 무게나 부피가 많이 나가는 가전제품이 없었기에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각종 계절별 옷이 들어있는 큰 캐리어 3개와 캣타워, 리터박스, 그리고 기타 식기구들을 이틀에 걸쳐서 다 가져왔다.
그 외에 이사 오고 나서 새롭게 구매한 가구와 가전제품 비용은 다음과 같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로봇 청소기 ($370)
무선 청소기($80)
책장 ($50, 할인쿠폰으로 구매)
에어프라이어 ($150)
전기주전자 ($20 할인쿠폰으로 구매)
고양이 리터박스 서랍장 ($50)
TEMU라는 한국 다이소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주방용품/정리정돈 제품들 약 $80
중고 마켓에서 산 밥솥($25)
중고 마켓에서 산 신발장($50)
총비용: 약 $875
*미국 중고마켓 이용 팁
나는 보통 1) offerUp이라는 앱 2)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Facebook Market Place) 이 두 곳을 자주 이용했다. OfferUp은 리뷰 제도가 있어서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보다 어느 정도 신원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offerUp을 잘 이용하지 않는 곳의 경우 물품이 현저히 적다는 단점이 있다. 두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잘 이용하면 가끔 새것과 다름없는 중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무에서 시작해 나의 취향대로 가전제품을 고르고 꾸미면 좋겠지만, 이미 클로징과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많이 나갔다. 그래서 나름 지출을 줄인다고 줄인 것임에도, 이렇게 적어보니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사는데 쓴 비용이 생각보다 꽤 많다. 그래도 이전 주인분이 현재 집 바닥 생각과 비슷한 계열의 가구들로 골랐다. 색깔 자체는 요즘 유행하는 화이트톤 계열은 아니지만, 생전 처음으로 나에게 꽤나 고가의 가구들이 집 안에 꽉 찼기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