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때의 몸무게도 62kg이었다. 지금은 키 164cm에 58kg이다. 곧 있으면 십의 자릿수가 바뀐다.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 앞으로 갱년기가 오고 여성호르몬이 줄면 살이 확 찐다고 하는데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할 때면 자연스럽게 양손이 부룩하게 나온 내 뱃살에 올라간다. 안타깝게도 이는 너무 편안한 자세다. 나름대로 관리한다고는 하였으나 점점 체지방은 늘고 근육은 줄어간다. 나잇살이라는 핑계를 댈 수도 있지만 양심적으로 그동안 먹어온 것이 너무나 많다. 살을 빼는 방법은 명확하게 잘 알고 있으나 실천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이어트도 잘 안된다고 하니 더 스트레스다. 외모에 신경 쓰는 것보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만 예전에 잘 맞았던 원피스들이 작아진 느낌이 들 때면 정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물론 배고픔 앞에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나약한 인간임을 매번 깨닫고 있다.
내가 살이 찐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과자를 너무나 좋아한다. 앉은자리에서 2-3 봉지는 거뜬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여행을 갔을 때 아이스크림, 빵, 과자 등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먹는다. 입이 터진 날이면 나의 호르몬은 나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 지난 주말에 가족들과 삼겹살 외식 후 넷플릭스를 보며 과자 3 봉지를 순식간에 해치웠고 그대로 낮잠을 자니 그 시간만큼은 정말 달콤했다. 정말 본능에 충실한 삶을 누리는 순간은 좋았지만 다음 날 몸무게는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정직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나의 문제점은 과일을 너무 즐겨하는 것이다. 우리 집은 과일이 떨어진 날이 거의 없다. 과일도 많이 먹으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던데, 과일을 참기에는 나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특히 식사 후에 먹는 과일은 달콤하고 시원해서 입을 깔끔하게 해주기도 한다. 나의 경우 외출 후 집에 들어오면서 하는 생각은 '냉장고에 있는 수박과 복숭아를 먹어야지!'와 같은 단순한 것들이다. 이런 생각은 집에 들어오는 설렘을 안겨준다. 일단 먹고 나서 다음 일을 생각을 하는데 먹을 생각을 하면 매우 행복해진다. 맥주와 막걸리를 즐겨하는 것도 내 뱃살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겹살에 먹는 맥주는 정말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게 만들고, 닭볶음탕과 먹는 막사(막걸리사이다)는 '인생에 별거 있냐'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야식이 몸에 좋지 않은 걸 알아 지금은 좀 줄이고 있지만 남편이 사 온 치킨과 왕만두는 가끔씩 외면하기 힘들다. 왜 이리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은 지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다.
간헐적 단식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고 하여 저녁 6시 이후에는 물 이외에 먹지 않으려 다짐도 해보았다. 하지만 가족들을 위한 저녁을 차리면서 맛을 보다가 열에 아홉은 실패로 돌아간다. 주부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요리를 하며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나는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의지박약의 결정타를 스스로에게 날리기도 한다. 매번 다이어트에 대한 영상을 보고 캡처를 해놓고 시도를 해보지만 그때뿐인 경우가 많다. 아마도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하는 숙제인 것 같다. 숙제도 날마다 조금씩 하면 습관이 되고 루틴이 되면서 인생이 바뀌는 것처럼 다이어트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말고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을 하면 건강도 좋아짐은 당연하다. 물론 숙제를 가끔 빼먹는 것처럼 치팅데이도 하면서 즐기기도 해야 하니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발란스를 맞추는 것이야 말로 진짜 숙제다.
나에게 제일 어려운 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육아이고, 그다음이 다이어트이다. 아이가 중3이므로 다이어트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되었다. 매번 다짐하고 실패하지만 이것도 반복을 하면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유명한 모델인 한혜진 님이 자신의 몸만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했던가? 자식도 남편도 내 맘대로 되지 않음은 진작에 깨달았고 내가 내 몸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창피할 것 같다. 나의 꿈인 명랑한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식단에 신경 쓰고 근육운동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단순하게 살을 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의 몸을 이해하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 잘 챙겨 먹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당장에 변화는 느껴지지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나 스스로가 대견할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
당분간 밀가루를 멀리하자. 과자, 빵, 피자, 라면 등을 완전히 멀리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러 집에 사놓지는 않을 것이다. 일을 하다가도 배가 고프면 견과류나 단백질 셰이크로 당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나아갈 계획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라, 모르겠다!' 확 무너질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근육량이 부족하니 단백질 셰이크를 아침 저녁으로 먹을 것이다. 점심은 일반식으로 자유롭게 먹되 간식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과일도 먹기는 먹되 지나치게 먹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과일도 당이 높으니 식후에 먹는 디저트용 과일을 조심해야 한다. 운동은 내가 평소에 하는 것에서 움직임을 좀 늘리면 좋을 것 같다.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처럼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실천을 늘려야 한다.
살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년의 내 나이에는 근육량을 늘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아진 옷이 자연스레 맞아지는 것은 나에게 따라오는 보상이 될 것이다. 큰 욕심을 내지 않고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며 꾸준히 실천하면 언젠가 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중간중간 실패를 해도 작심삼일 마음을 여러 번 먹듯이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최종 목표인 55kg이 되어서 그 성공 과정을 글로 남기는 목표가 생긴다. 근육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여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 시작되었지만 우직하게 한발 한발 나아가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동기부여가 되는 한혜진 님의 다이어트 명언을 마음에 새겨본다.
세상에서 제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몸밖에 없더라고요. 세상에 어떤 것도 제 맘대로 안 돼요. 일도 사랑도 제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내 컨트롤 하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몸이에요. 몸을 만드는 것만큼 남는 게 없어요. 옷도 잘 받죠! 자존감이 확 올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