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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Nov 10. 2024

무에타이의 5가지 매력

 나는 흰머리가 이제 가려지지 않는 40대 중년의 아줌마이다.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가 어쩌다 무에타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지 하루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제 3개월째 무에타이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하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무에타이와 우리 체육관의 매력을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땀을 쭉 뺄 수 있다. 무에타이를 하기 전에는 내가 땀이 이렇게 많은 체질인 줄 전혀 몰랐다. 물론 운동을 할 때 땀이 나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나는 편은 아니었는데 무에타이 수련을 하는 동안 얼굴과 몸 전체에서 땀이 많이 난다. 그만큼 강도가 높은 운동으로서 끝나고 나면 나 자신이 오늘도 해냈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대견하며 자존감도 많이 올라간다. 집에 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얼굴에 팩을 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물론 하는 도중에 많이 힘들지만 내 체력과 컨디션에 맞게 운동을 하고 언제든 중간에 나와서 쉴 수 있으므로 나를 잘 관찰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무에타이를 하고 난 후 일상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고 무에타이를 한다는 사실 자체에 자부심을 많이 느끼고 있다. 처음 목적인 다이어트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몸에 조금씩 근육이 붙는 것 같아 정말 좋다.


 둘째, 파트너와 함께 수련을 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경험한 점핑운동이나 줌바댄스는 앞에서 강사님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고 헬스의 PT는 코치님의 지도 아래 나 혼자 운동하는 형식이었다. 무에타이 체육관마다 공통된 스타일인지 우리 체육관만의 고유한 방식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현재 우리 체육관은 운동 짝이 있어서 나의 성향과 성격에 딱 맞고 흥미와 동기가 유발된다. 운동 파트너는 체육관에 갈 때마다 바뀐다. 무에타이를 막 시작했을 때 교범님이나 부사범님, 사범님이 나와 운동을 같이 해주었고 그 덕분에 무에타이를 하는 것에 빨리 적응을 하였다. 어떤 날은 체육관에 오래 다니신 고문님과 함께하기도 하고, 중2 여학생 교범님이나 다른 경력자들과도 운동을 함께 한다.

 관장님의 지도 아래 둘씩 짝을 지어 기초체력 훈련부터 한다. 기초체력 훈련도 요일별로 다르지만 공통된 내용으로는 일단 달리기가 있다. 체육관에 가면 개인적으로 스트레칭 등을 하며 몸을 풀고 정시가 되면 인사를 하고 뛰기 시작한다. 시계방향으로 5바퀴, 반시계방향으로 5바퀴를 뛰고 체육관 뒤편으로 모이면 짝을 지어준다. 왕복 3번, 6번씩 직선방향으로 달리기를 한 후 3분씩 2라운드를 뛰는 데 나에게는 이 순간이 제일 힘들다. 3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다. 보통 무에타이 경기에 한 라운드 당 3분의 시간이 주어지므로 그 시간이 얼마나 긴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달리기가 끝나면 파트너의 발을 끼고 윗몸일으키기, 다리올리고 상체 올라오기, 제자리 뛰기 100회, 높이 뛰기 10회를 3세트씩 한다. 한 명이 하면 다른 한 명이 숫자를 불러주고 파트너가 기운이 솟도록 격려도 잊지 않는다. 항상 이 루틴을 반복한 후 요일 별 다른 기초 체력이 들어간다. 팔 굽혀 펴기, 다리 늘리기, 짝지어 스쾃 하기, 스쾃 자세로 다리 벌려 뛰기 등 아주 다양하며 세세하게 들어가 변형도 많이 한다.

 이때 파트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숫자를 큰 목소리고 세어주기도 하고, 팔 굽혀 펴기를 할 때는 다리를 잡아줘야 한다. 때로는 상대의 어깨에 다리를 올려 쭉 늘려주고, 상대방을 업고 스쾃을 한다. 날마다 바뀌는 운동 파트너에 따라서 운동의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악마의 조교인 중3 남학생 교범님은 한 번도 봐주질 않는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숫자 카운팅을 하지 않거나 자세도 제대로 고쳐주고 알려준다. 나보다 경력이 짧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나도 초보지만 내가 운동을 리드하며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사범님과 운동을 같이 하는 경우에는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주어 재밌게 운동을 한다.


 셋째, 남녀노소(10대-50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무에타이를 하는 사람들 중 대체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높지만 우리 체육관은 여성도 많다. 관장님께서 '오히려 여성이 의지가 강하고 부드러움과 강함을 다 가지고 있어서 운동을 잘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이 말을 들으면 여자라고 못할 것이 없다는 의지가 불끈 생긴다. 또한 40-50대 회원들과 초등학생들도 많이 배우고 있어 나이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 초등학생들이 많으면 사범님이 따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그들에 맞게 지도를 하시기도 한다.

 평소 퇴근 후 5시 반부에 운동을 주로 가지만 한 번씩 7시부에 갈 때가 있다. 이 때 볼 수 있는 가족이 있는데  온가족이 나와 함께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부럽고 보기가 좋다. 엄마, 아빠, 아이 셋까지 총 다섯명이 함께 운동을 하면 집에서 얼마나 할 말이 많을지 흐뭇한 장면이 자연스레 상상이 된다. 무에타이는 격한 운동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해서 부상의 위험이 낮은 것 같다. 내가 직접 해보기 전에 무에타이가 젊은 남성을 위한 운동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넷째, 무도인의 정신을 강조한다. 예와 도를 중요시 여기는 무술로서 회원들 모두 기본적으로 인사를 잘한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잘하고 운동이 끝나면 관장님과 운동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 합장 인사를 한다. 이때 동지애도 느껴지도 자부심도 올라온다. 무에타이는 태국 전통의 무술로서 우리나라에는 무에타이에 관한 협회가 단 하나밖에 없다고 관장님께 들었다. 그만큼 부심이 크다고 느껴졌다. 타인을 공격하기 위한 무술이 아닌 나를 먼저 보호하기 위한 무술이라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얼마전 무에타이 경기를 직관하였을 때 선수가 링 사이로 고개를 숙이며 들어가지 않고 링 위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스승님과 제자 간의 존경과 감사도 느낄 수 있었다.


 다섯째, 우리 체육관만의 특징일 수도 있으나 쉬는 시간에도 관장님과 사범님이 끊임없이 수련을 도와주신다. 1시간의 수련이 끝나고 다음 타임까지 30분의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도 달리기나 줄넘기 등 운동을 계속하는 수련생들이 있다. 나 같은 경우도 혼자 스트레칭을 하거나 좀 더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내비치면 관장님과 사범님이 따로 킥이나 펀치 자세를 봐주신다. 3분 줄넘기를 할 때도 옆에서 계속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하고자 하면 수련을 더 시켜주신다. 운동에 대한 진심이 느껴져 존경의 마음이 든다. 회원들 한 명 한 명의 컨디션도 살펴주시며 진정성 있게 수련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덕분에 운동을 더 재밌고 진심으로 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쩌블리파파]


 무에타이를 시작한 지 이제 3개월 째라 킥과 펀치의 용어도 잘 모르고 쉴드나 매트 사용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쌓여갈수록 무에타이의 매력을 깨닫고 있다. 우리 부모님은 40대 중반인 막내딸이 무에타이 하는 것에 놀라워하며 당장에 그만두라고 하시고, 남편도 멍든 내 발과 팔을 보며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 매력을 알아버린 이상 그만둘 수는 없다. 10-20대와 함께 운동을 하며 느낄 수 있는 그 에너지가 너무나 좋고, 다양한 사람들과 운동 파트너를 하며, 할 때마다 다른 느낌의 운동이 나에게 매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실 50대가 되어도 무에타이를 계속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다치지 않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까지 파악할 수 있는 우리 체육관 관장님의 말씀대로 천천히 호흡을 하고 여유를 가지고 운동을 해야겠다. 일주일에 3번의 소중한 무에타이 시간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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