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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Nov 14. 2024

무에타이 관장님과 1대 1 수련

 오늘도 퇴근 후 서둘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무에타이 체육관으로 향한다. 학교 축제를 막 끝내고 난 뒤라 조금 피곤함을 느꼈지만 주 3회 하는 무에타이 시간을 포기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따라 내가 간 타임의 체육관에 유독 초등학생들이 많았고 어른은 나 혼자뿐이었다. 사범님에게 인사를 하고 몸을 좀 푸니 수련 시간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7-8명의 초등학생들과 체육관을 뛰는데 시작부터 어수선하였다. 체육관을 시계방향으로 5바퀴, 반시계방향으로 5바퀴를 뛴 후 체육관 뒤쪽으로 모였다. 또다시 기본 체력 다지기로 왕복 3번, 6번, 3분씩 총 2라운드 달리기를 하였다. 중간에 뛰다가 물 마시러 가는 아이, 갑자기 돌아서서 친구랑 부딪히는 아이, 중간에 쉬러 나가는 아이, 줄을 맞추지 못해 옆아이의 진로를 방해하는 아이 등 다양한 초등학생들과 함께 뛰었다. 체육관에 다니는 친구를 따라 처음 온 아이들도 있어서 에너지가 사방팔방으로 더 발산이 되었다. 뛰는 도중 관장님이 오셔서 사범님과 아이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수련을 하였다. 갑자기 그 시끄러웠던 체육관이 조용해지며 관장님과 나만 남게 되었다. 


 오늘 수련이 여느 때보다 더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아무나 빨리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향인의 성격을 가진 자로서 관장님과 1대 1 수련은 어색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관장님도 이를 눈치채셨는지 누군가 곧 올 거라며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관장님의 지도 아래 기초체력다지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관장님의 발목에 내 발을 끼운 후 누어서 몸을 위로 일으켜 관장님 손바닥을 터치하였다. 손바닥 높이가 다른 때보다 유독 높았지만 관장님의 응원 아래 20개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더 높게!! 더 높게 올라오세요!"

"그렇지! 잘하고 있습니다!"


 관장님의 기합으로 여느 때 보다 나의 상체는 더 높게 들어 올려졌고 나의 잠재력을 끌어 내준 관장님의 지도력에 또 감탄을 하였다. 그다음은 보통 때처럼 제자리 뛰기 100회, 높이 뛰기 10회를 3세트 하였다. 관장님이 직접 숫자 카운팅을 해주시고 중간중간 잘하고 있다며 동기를 더 부여해 주셨다. 우리 체육관의 관장님은 요즘 AIDT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하이터치(high touch)'의 장인이었던 것이다. 고도의 기술이 도입될수록 그 반동으로 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함이 유행된다는 것인데, 그와 같은 반응을 가리켜 하이터치라고 부른다.(네이버 지식백과) 수련이 힘들어질수록 관장님이 나의 상태에 맞게 계속 잘할 수 있도록 반응을 해주시는데 이것이 바로 계속 무에타이를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다음은 군대의 유격훈련 느낌이 나는 수련이었다. 물론 군대를 가보지 않았지만 가끔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누워서 두 다리를 든 다음 그대로 내렸다가 올리고 좌, 우로 한 번씩 같은 것을 반복한다. 이때 관장님이 들어 올려진 내 다리를 힘껏 쳐낸다. 10세트를 하고 나니 점점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중간중간 관장님이 계속 이어서 할 수 있는지 나의 컨디션을 계속 체크하셨고 나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곧 관장님의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누어서 다리만 들어 올린다. "다리 들어 올리기 100개 갑니다!" 급하게 숫자만 올리려고 하니 생각보다 다리가 들어 올려지지 않는다. 힘이 빠진 상태라 2개를 하니 다리가 바닥으로 철썩 내려온다. '아이고~'라는 곡소리가 내 입에서 절로 나온다. 관장님이 내 상태를 보시고 천천히 호흡하면서 지긋이 올라오라고 하니 신기하게도 다리가 또 올라간다. 엉덩이에 양손을 받치고 복근에 힘을 주면 관장님의 응원을 받아서 60개를 채웠다. 곧이어 호흡을 가다듬고 팔 굽혀 펴기를 시작한다. 신체구조상 상체를 많이 쓰는 운동에는 자신이 없고 손목이 약한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한두 개를 하니 바닥에 털썩 엎드려진다. 관장님이 안타까워하시지만 나의 능력에 맞게 20개는 채워 좀 뿌듯하였다. 관장님이 직접 시범도 보여주시고 따라 하니 처음보다 확실히 많이 좋아지긴 하였다. 



 그 사이 '악마의 조교'인 중3 남학생 교범님이 체육관으로 들어선다. 평소에 내가 무서워하고(운동을 엄청 힘들게 시킴) 어려워하는 교범님이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반가웠다. 관장님의 지도 아래 교범님이 나를 상대해 준다. 우선 상대의 왼쪽 다리 터치하기 훈련을 통하여 순발력과 민첩성을 기른다. 왼발을 뒤로한 상태로 상대방이 나의 다리를 터치하지 못하도록 스텝을 해야 하며 동시에 상대의 다리를 터치해야 하는데 정말 어렵다. 게임형식이어서 평소에 좋아하는 활동이지만 이 교범님과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길쭉길쭉한 다리로 어찌나 잘 피하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치고 들어는 것 때문에 약이 오르기까지 하다. 결국 나는 한 번도 교범님의 다리를 터치하지 못하고 나의 다리만 내어준 채로 활동이 끝난다. 


 지도자 2명의 온 집중을 받으며 수련하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성격상 주목을 받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지만 한 명의 수련생도 정성껏 지도해 주는 관장님과 교범님께 감사하였다. 글러브를 끼고 여러 펀치를 연습하였고 교정도 많이 해주셨다. 교범님의 냉철한 자세 교정과 관장님의 따뜻한 격려 및 응원 모두가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40대 아줌마가 무에타이를 한다는 것에 나름의 큰 자부심이 있는 것도 지도자들의 진심 어린 가르침 덕분이기도 하다. 관장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순환하는 삶을 위해 나도 열심히 배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수련이 있도록 꾸준히 무에타이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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