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과장 Oct 05. 2024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

열여덣 철부지때도

갓 스물때도 이랬지

발바닥 지탱한 땅덩어리

흐물흐물 안정치 못한듯 하고


봄바람도 스치면 아프고

햇살도 따갑기만 해서

온 세상에게 혼나는 것 같은

돌맹이 보다 못한 느낌


바닥의 잔디를 벗삼아

아랑곳않고 누워 눈을 감아야

망망대해 떠다니는 뗏목처럼

비로소 안정감이 있더라


곧게 서있기엔 너무 버거운 세상

또 내 나이 스물 여섯에

나는 갈대가 되어

이리저리 흔들려 위태롭다


여기가 맞는지 뿌리내리다가도

다시 뽑아내버린 스물 여섯

내가 뿌리내리려는 곳

여기가 내 뿌리내릴 곳 맞나 싶다


엄마아빠 크게 싸우시는 날도

친구들 눈칫밥 먹을때도

늘 그랬던것 같다

내 뿌리 내릴 자리 하나 없다고


스물여섯에 나도 갈피를 못잡으니

마흔 여섯에 나도 하겠지


뿌리같은것 없이 낙옆처럼

그렇게 흩날리는 모습으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전 24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