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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Oct 03. 2024

목줄

너는 내게 따듯하고 포근한

목도리를 감싸주는 것 처럼 굴었지만

내게 목줄을 채웠고


나를 이끄는 듯 목줄을 채워놓고

나를 이렇게 저렇게 휘두르고

목도리 잘 메라며 더 목줄을 조였지


목줄 메는 손도 다정할 수 있음을

당연한 것임을 모르고

그저 좋아라 했었던 것이다


그저 부드럽고 따듯한 얼굴과

상냥한 손길에 나는 

내 목에 무엇이 채워지는지 보지 못했지


숨이 막히고 답답하여도

너의 성의 벗어던지는 짓

안하려고 제 손으로 개노릇을 했구나


너는 나를 짧은 줄에 메어놓았지

나는 너에게 그저 짐승이고

사랑이란 말로 다뤄져버렸지


스스로 거울을 보기 전까지 

나는 목줄인줄도 모르고

니가 메준 목도리 고맙다 여겼다


어느순간 내 목에 목도리가

목줄인 줄 알아채고도

바로 끊어내지 못한것은


정말 내가 개처럼 

스스로 목줄을 벗길 수 없다고

자연스럽게 느껴서였다


그러나 나는 두 손이 있음을 알았지

이 줄 끝을 잡은 너보다

내 손이 목줄에 더 가깝게 있었어


나는 목줄임을 알면서도 풀지 못했지만

내가 사람임을 다시 떠올린 순간

내 두손으로 목줄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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