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by 주과장

산 뒤로 넘어간 해가

아스라이 회색 빛으로 겨우

그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몇분 뒤면 사라질 빛으로


어두운 땅을 가로등 빛 하나가

제 몇배는 되게 비추고

벌레 그림자만 땅에

휘몰아치듯 고요히 날아댄다


어둠이 나를 감싸고

나는 어둠속으로 숨는다

가로등 빛 피해서

더 깊은 어둠속으로 숨는다


유령도 귀신도 모를것이다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달빛 드리우지 않는 이 땅

나의 자리에는 아무도 모를것이다


액자속 한 켠의 나뭇가지 처럼

조용히 산너머 사라지는 빛깔

그렇게 두 눈에 담아낸다

내 눈에 빛도 같이 사라지지


가로등 빛에 벌레떼들

그림자가 더 선명해질때면

나무 아래로, 지붕아래로

별도 달도 드리우지 못하게 숨는다


내가 어떤 표정으로 달님 보는지

달도 모르겠지만

나도 달을 완전히 보지 못하지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keyword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23화목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