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뒤로 넘어간 해가
아스라이 회색 빛으로 겨우
그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몇분 뒤면 사라질 빛으로
어두운 땅을 가로등 빛 하나가
제 몇배는 되게 비추고
벌레 그림자만 땅에
휘몰아치듯 고요히 날아댄다
어둠이 나를 감싸고
나는 어둠속으로 숨는다
가로등 빛 피해서
더 깊은 어둠속으로 숨는다
유령도 귀신도 모를것이다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달빛 드리우지 않는 이 땅
나의 자리에는 아무도 모를것이다
액자속 한 켠의 나뭇가지 처럼
조용히 산너머 사라지는 빛깔
그렇게 두 눈에 담아낸다
내 눈에 빛도 같이 사라지지
가로등 빛에 벌레떼들
그림자가 더 선명해질때면
나무 아래로, 지붕아래로
별도 달도 드리우지 못하게 숨는다
내가 어떤 표정으로 달님 보는지
달도 모르겠지만
나도 달을 완전히 보지 못하지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