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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02. 2024

기다림

2021년 7월

밤에 달맞이꽃은

낮의 화창함과 생기를 포기하고

모두가 잠든 밤에  

아까울 정도로 예쁜 모습으로 피어 아침에 지고


또 낮에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높게 높게 자라는데

아침엔 동쪽을, 신기하게 저녁에는 서쪽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고개를 그렇게 해만 따라 기울인다.


해도 달도 너무 멀리 있어서

너희가 피어있는지도 모를텐데

얼마나 오랬동안 바라봤으면

이름에 해와 달이 붙었을까  


두 꽃 모두 꽃말이 기다림인 이유에

가치가 있기를 바라면서 꽃을 심는다.


나도 그러한지, 그러고 있는지, 그럴것 같은지

그래도 좋은지 생각하면서


그래, 그렇게 어릴 때 매년 해바라기를 심었다.


아침에는 동쪽으로 고개를 돌린 꽃봉우리를 보고

저녁에는 서쪽으로 고개를 돌린 꽃봉우리를 보았다


달 맞이 꽃은 낮의 화창함을 포기하고

밤의 외로움을 골랐을까


왜 저녁에 피어나 아침에 시드냐고

너무 멀어서 니가 보이지 않을텐데도


넌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설레지만

내가 제일 안쓰러울 때

나는 날 위해서 해줄 수 있는게 없다


그럴 때 가끔 꽃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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