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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08. 2024

나와 내 시야에 들어온 우리의 우주를 생각해

밤하늘의 별자리와 짝사랑에 빠지는 밤들

하늘에 별자리를 찾으려면 생각보다 거대한 범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가?


카시오페아는 우리 생각만큼 한 주먹거리 시야에 w모양의 별자리 모양이 보이지만 북두칠성과 오리온 자리는 생각보다 한 시아에 담기에 조금 벅찰지도 모른다. 자욱한 도심에서도 보이는 1등성의 빛, 특히 오리온 자리의 허리는 2등성이지만 별 3개가 나란히 있어서 찾기 매우 쉽다. 그 일자 허리띠 별의 나열을 기준으로 거대한 모래시계 모양 구조를 찾아야 한다.


정말 하늘처럼 머릿속이 단조롭고 깨긋해지는 순간의 낭만이다. 고개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오리온자리 신화에 대입해서 그의 몸통과 팔다리를 찾는다. 가끔 지평선에, 정확히는 건물과 산에 잘린 별자리도 있다. 지구는 동근게 맞구나 실감하는 순간이다.


난 밤하늘을, 특히 별을 참 좋아한다. 생각이 폭발하듯 많고 복잡한 나의 머릿속을 우주가 장악할 때면, 그 때야 말로 그 심오한 주제에 맞는 생각들로 온전한 평화가 우주처럼 펼처지니까, 그 별자리와 새벽의 아스라이 하얗게 핀 도화지에 물든 일출의 무지개 속 하늘에서도 독보적인 빛을 내는 금성찾기, 은하수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벅차다.


새벽 밤하늘, 특히 깊고 울창한 숲과 산이 가까운 곳에서의 밤은 종종 우주의 광할함에 세상을 등진다는 천문학자들의 상실감에 공감하기 탁월한 풍경을 제공한다.


내 눈에 보이는 저 별이 세종대왕 한글 만들던 시기에, 그 옛날 폼페이 화산 폭발과 함께 이미 터지고 있거나 터져 없어졌지만, 내 눈까지 그 시간이 전달되기에 너무 멀어 아직 멀쩡해 보인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두근대면서도 삶이 부질없어지는지 모른다.


만약 딱 대단한 타이밍에 폭발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얼마나 오래전에 터졌던 시간이 이제서야 나에게 까지 전달되는걸까 생각도 해본다.


지구 탄생전에 터졌던걸지도 모른다면서, 지금으로부터 공룡이 살던 시기까지는 웃기지도 않게 짧을지 모르는 시간의 거리일 거라고, 엄청나게 많이 쏱아지는 이 생각이 은하수가 되어 흐르는 이 기분은 참 황홀하다.


내가 바라보는 하늘은 평면처럼 보이지만, 감히 상상하기도 벅찬 먼 곳의 별까지 보고 있느라 생각하면, 도화지에 별하나 톡 찍는게 부질없고 허무하고 느낌이 안사는 기분.


빛의 등성과 색감을 고려하기엔 난 똑똑하지 않지만, 빛깔까지 느낄만큼 맑은 날의 밤에는 감히 칠판보다 작은 이 돗자리 한구석탱이 천문학자가 되어본다


그 옛날 사람들은 하늘을 도화지 삼아, 어떻게 때로 이 어이없는 모양에 황당한 신화를 붙여준걸까.

별자리 신화를 알면 꽤 황당할 이야기가 많고 어처구니 없는 모양도 많을 것이다.


두마리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모양의 물고기 자리, 양자리와 사자자리와 게자리와 헤라클레스 자리의 관계성 같은 것 말이다


이 작은 행성에서 내 얼굴을 쓰다듬고 가는 바람이 그나마 하늘과 땅의 거리를 실감케 하지만, 별의 거리는 감히 알 수 없어서, 그 무지만큼 무한대로 계속 마음이 공허해지는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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