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려움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두려움은 어린애 같아서 자기가 더 어른인 척하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강하게 떼쓰고 나를 툭툭 괴롭히며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제대로 잠기지 않고 찢어질 듯 한 가방에 아슬아슬 무거운 짊을 잔뜩 메고 맞지 않는 모자와 밟히는 치마, 맞지 않는 신발과 한쪽손에 쏟아질 듯 음료수를 잡고, 한 손에는 장난꾸러기 아이 손을 꽉 잡은 느낌.
나도 나의 부모에게 그 두려움이다
늙고 병든 아빠, 제 역할 죽어가는 것뿐이라는 상실감 느끼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아빠를 부르고, 아빠의 벅참을 미안하게 바라본다.
늙고 병든 엄마, 안 하던 음식을 더 하는 것 같아 부러 밥 달라고 찡찡대며 힘들게 하지만, 아직 엄마 없이 안된다는 필요성을 부여한다.
늙고 병든 부모 존재만으로도 내겐 필요지만,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짐덩이라는 두려움에 보이지 않는 눈과 힘없는 손으로 젊을 때를 흉내 낸다.
그렇지만 사랑으로 이겨내자, 이겨내리. 이젠 내가 부모에게 부모 같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 나이가 되고 있다. 그 또한 두려움이다. 막막함이자 팍팍한 사막의 모래 위에서 뜨거운 발바닥이 푹푹 꺼지지만, 그럼에도 걸어야 하는 막연함이다.
사랑으로, 사랑으로, 가면 같은 위안으로 되뇌는 모습마저 불안이다. 슈베르트의 마왕이 생각난다.
두려움이라는 폭풍 속에서 폭풍우 치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치고 고개를 추켜올려, 몸을 펼쳐내 온 힘을 다해 폭풍에 젖고, 휩쓸리고, 먹혀 두려움 그 자체가 되어보아야겠다.
나 그 두려움이란 폭풍을 즐기며, 폭풍우 치는 밤 지나 갠 아침의 일출을, 푹풍에 씻겨내려 진, 사실 내 몸에 붙었던 두려움에서, 그 씻겨져 벗어나 가벼워진 나를 희망하고 바라본다 생각한, 두려움은 사실 폭풍이 아니라 나를 뒤덮고 있던 입고 먹고 신는 모든 것이라 느낀, 그래서 두려움을 씻겨내기 위해 더 격렬한 폭풍속으로 들어갈 용기를 얻은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