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퇴사해도 될까? - 예비워킹맘의 퇴사 고민 1편
*나, 퇴사해도 될까? - 예비워킹맘의 퇴사 고민 시리즈*
[1] 퇴사병에 걸린 예비워킹맘
[2] 예비워킹맘 퇴사병, 이렇게 치료되었다
[3] 나 진짜 퇴사할 거야. 프리랜서맘 프로젝트
[4] 퇴사를 결심하니 두려워지는 것들
8년 간의 직장 경험, 세 번의 승진 누락 후 들어온 출산휴가, 생각보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육아휴직 생활.
나의 최근 10년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휴직 전 워킹맘으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의 말은 모두 똑같았다. '육아 너무 힘들어서 회사 빨리 복직하고 싶더라.'
나도 당연히 그렇겠거니 생각했다. 실제로 약 2년 간 육아휴직을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이 와도 아기의 웃는 모습에 모든 것이 괜찮아졌고, 회사 생각은 단 한순간도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한 순간마다 '복직하면 이 모든 행복이 사라지겠구나' 싶어서 이내 울적해지곤 했다.
나는 육아휴직 기간 내내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다. 취미이자 부업인 크리에이터 활동에 박차를 가해, 내 체력과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4년 간 단 한 번도 펑크 내지 않은 유튜브, 새롭게 시작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블로그, 아직은 수익이 보잘것없지만 소소한 보람을 느끼고 있는 새로운 채널들, 뜻밖의 기회로 하게 되었지만 너무나 좋은 경험이 되었던 프로젝트들, 그 외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
많은 선배들이 육아를 하며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는데, 나는 육아를 하고 회사를 쉬면서 비로소 '나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1차 퇴사병 발병은 육아휴직을 2년 다 쓰기로 결심한 작년 무렵. 우리 회사는 육아휴직을 최대 2년 쓸 수 있는데, 보통 영아기에 1년, 초등학교 입학한 해에 1년을 쓴다. 다들 그렇게 쓰니까, 나도 그렇게 쓸 것이라 생각했다. 1년이 되어갈 때 즈음, 세상 부지런하고 알차게 육아휴직 생활을 즐기는 나를 본 선배가 '2년 쓰는 거 어때?' 제안했다.
왜 나는 그럴 생각을 못했지? 올해 이렇게나 행복했는데. 누구도 말해주지 않아 생각도 못했던 2년 간의 육아휴직. 선배의 말을 듣고 며칠 고민하다, 2년을 모두 쓰기로 결심했다. 주변에서 부추겨서 결정했다기보다는, 내심 내뱉고 싶었지만 용기 내지 못했던 말을 선배가 대신 해준 느낌이었다.
2년 육아휴직을 다 쓰기로 결심한 까닭은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였다.
나는 항상 완벽한 계획 하에 움직였다. 안전한 길, 예상 가능한 길,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
그러던 나에게 육아는 예상하지 못한 일의 연속이었고 그것은 때때로 불안감을 증폭시켰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일이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아, 그렇게 안전해 보이지 않아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어도 괜찮구나. 어떻게든 살 길은 생기기 마련이구나.
초등학교 입학 때 휴직이 필요하면? 육아휴직 말고 다른 휴직을 신청해도 되고, 남편이 내도 되고, 혹시 그때는 또 다른 제도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양가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지. 어쨌든 한참 뒤의 일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육아휴직을 최대한 쓴다고 결심하니 내 행복의 유효기간이 늘어난 것 같아 기쁘다가도, 언젠가 다가올 복직 날이 여전히 두려웠다. 입버릇처럼 '퇴사하고 싶다' 노래를 불렀다.
나와 같이 육아휴직 중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진짜 퇴사하고 싶다, 그럼 안 될까?'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어 남편과 토론을 했다.
항상 맞벌이를 통한 풍족한 가계 경제를 원했던 남편인데 의외의 답을 했다. 지금 우리는 외벌이 체험판 진행 중인 셈인데 생각보다 괜찮다고. 어차피 너의 복직으로 돌봄 비용이 상당 부분 나가게 될 거라면, 네가 복직을 원하지 않는다면 퇴사도 괜찮을 것 같다고. 풍족하게 적금을 부을 정도는 아니지만 생활비가 마이너스가 날 정도는 아니고, 자신의 연봉도 매년 늘고 너의 부업 수익도 꾸준히 나온다면 가계 경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남편의 동의가 이뤄지자 퇴사병은 무섭게 진척되었다.
나름의 성과와 보람은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힘겨웠던 회사 생활. 생각보다 너무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육아휴직 생활. 남편의 지지. 내가 퇴사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럼에도 1차 퇴사병이 치유(?)된 것은 아주 별 것 아닌 계기였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