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퇴사해도 될까? - 예비워킹맘의 퇴사 고민 3편
육아휴직 중 퇴사병 말기까지 갔지만 나름대로 잘 치유했던 나. 요즘 다시 2차 퇴사병이 도졌다.
올해 나에겐 뜻밖의 성과가 있었다. 취미 겸 부업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는데 경험 면에서도, 금전적인 면에서도 좋은 제안들이 많이 들어왔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던 일들이 몇 달만에 실현된 것이다. 외주 제작 의뢰, 전자책 출간, 오프라인 전시회까지. 버킷리스트에 쓰면서도 '에이, 내가 이런 걸 진짜 할 수 있겠어?' 생각했던 일들이 의외로 아주 수월하게 실현된 것이다.
수입도 꽤나 짭짤했다. 이 정도면 본업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물론 단발성 프로젝트인 점이 문제였지만. 어찌 되었든 생각지도 못하게 목표를 이루고 나니 다시 퇴사병이 도졌다. 1차 퇴사병 단계와 비슷하지만 이번엔 좀 더 자신감이 있었다. 나는 목표를 이룬 사람이니까.
그렇게 시작된 나의 퇴사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목표] : 2022년 내 프리랜서맘으로 전향하기
월 N만 원 수준의 안정적인 수입 확보
[프리랜서맘 전향 이유]
1. 워킹맘의 단점이 크다.
복직 후 아기를 케어하기 위한 비용이 월 최소 150만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경제적 이점이 크지않다.
그에 비해 단점이 크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아쉬운 상황이 생길 것이 부담스럽다. 아기의 정서상 '엄마의 부재'로 인한 결핍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미련이 없다. 이 회사에서 커리어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복직하면 내가 원래 하던 업무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복직하면 승진 압박을 받게 될 텐데 그럼 육아 참여를 거의 하지 못할 것이다. 남편도 이른 출근, 늦은 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 아이를 살뜰히 챙길 주양육자가 부재하게 된다.
2. 퇴사 시 문제점을 극복할 자신이 있다.
전업맘의 단점은 나의 프리랜서 업무로 보완이 가능하다. 전업맘의 가장 큰 단점이 경제력 상실로 인한 자존감 문제라고들 하는데, 프리랜서로 여러 경제적 활동을 끊임없이 함으로써 경제력도 잃지 않고, 자존감도 지켜갈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경력단절로 인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마케팅 업무를 프리랜서 형태로 유지할 예정이다. 나는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유지, 경력 확장을 해나갈 것이다. 훗날 재취업을 원할 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다. (퇴사뽕이 가득 차올랐기 때문일까)
3.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다.
남편은 안정적인 수입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아주 풍요로운 정도는 아니지만 굶어 죽지는 않을 정도. 회사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지 않다고 한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한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면 6시간가량 자유시간이 생기는데, 그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그래 왔고 너무나 행복했다.
나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가치하게 느껴져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미다. 사실 아기를 잘 길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삶이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잘하는 것을 확장해나간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하나의 부품'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크리에이터로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자기 주도적으로 성과를 낼 때 더 큰 보람과 성취를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1. 영상 크리에이터
현재 4년 간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유지하면서 신규 채널을 오픈할 것이다.
조회수와 협찬, 외주 영상 제작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2. 블로거
현재 운영 중인 유튜브와 유사한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 중이며, 조회수와 협찬 수익이 꽤나 발생한다.
유튜브와 소재를 같이 가져가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의 부담이 적다.
이 외에도 블로그 채널을 몇 개 더 오픈한 상태로 추가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3. 작가
8년 간의 마케팅 노하우를 토대로 전자책을 출간했고, 종이책 출간도 진행 중이다. 회사 경험 외에 더욱 다양한 마케팅 경력을 쌓아 지속적으로 집필 활동을 할 계획이다.
마케팅 분야 외에도 에세이, 그림동화책을 출간하고 싶고, 뉴스레터 형태의 구독 서비스도 진행해보고 싶다.
4. 마케터
8년 간의 노하우를 토대로 실제 마케팅 활동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려 한다.
나만의 채널을 키울 수도 있고, 컨설팅을 할 수도 있고, 운영 대행을 맡을 수도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 기획이 나온 채널도 있고, 운영 대행을 노리고 있는(?) 채널도 있다.
나만의 포트폴리오, 운영 전략을 좀 더 정리한다면 바로 사업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지만 아직 구상 단계다.
나의 프리랜서 업무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8년 간 노하우를 토대로 한 마케팅 활동(내가 잘하는 것).
내 취미를 토대로 한 즐거운 활동(내가 좋아하는 것).
아기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내가 보람을 느끼는 것)
퇴사를 꿈꾸고,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보람을 느끼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의지가 샘솟는다. 8년 간 내 자존감은 떨어질 만큼 떨어져 있었는데, 2년 간 내가 하고 싶은 일 원 없이 하고 목표도 이루고 나니 나 자신에게 믿음이 간다.
나는 무엇을 하든 잘할 것이고, 내 선택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길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