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퇴사해도 될까? - 예비워킹맘의 퇴사 고민 4편
1차 퇴사병 치료 후 다시 찾아온 2차 퇴사병.
중증이다.
내가 얼마나 중증이냐면, 복직 후 6개월 간 근무하면 육아휴직 사후 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할 정도로 단 하루도 근무하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퇴사를 결심했다고 해서 당장 바뀌는 건 없다. 혹시 모르니 '회사원'의 신분은 최대한 유지할 계획이다. 쓸 수 있는 휴직은 다 쓰고, 그 사이 누릴 수 있는 복지도 다 누릴 것이다.
자신만만하게 퇴사할 거야! 마음먹었지만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선택만 해왔던 내가 하는 첫 도전. 소속이 없는 자유인의 삶.
도전과 자유라는 단어에 따라붙는 책임. 의외로 회사는 나의 많은 부분을 책임져주고 있었다.
프리랜서가 되면 4대 보험을 포함해 많은 법적 보호, 경제적 지원 및 복지들이 사라지게 된다. 모든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 대기업이라는 뒷배 없이 오롯이 내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자신 있다고 했던 프리랜서의 삶. 사실 온전히 나의 기량을 100% 뽐낼 수 없는 상황이다. 나는 육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아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게 싫어서 퇴사하는 건데, 프리랜서로 일을 해도 마찬가지다. 분명 내 목표만큼 도달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회사에서는 누군가에 의해 자존감이 꺾였지만, 프리랜서로서 겪을 자존감의 상실은 온전히 내 탓이다. 남 탓도 할 수 없는 그때가 되었을 때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지금의 자신감은 돌아갈 곳이 있었기에 생겨난 것이 아닐까?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야 엄마가 필요하다지만 고학년이 된 후로는 엄마 손을 덜 타게 된다는데. 머리가 좀 큰 아이들은 '노는 엄마'를 무시하고 '일하는 엄마'를 바라게 된다는데. 그때 나는 과연 아이의 존경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일하는 엄마'일까? 아이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이도 저도 아닌 자칭 프리랜서맘이 되면 어쩌지.
생각은 계속 반복된다.
회사 싫어, 퇴사할 거야, 난 잘할 수 있어, 근데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사실 나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 아닐까? 지금껏 해온 것처럼 안정적인 길을 선택해야 할까? 근데 그러면 난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아.
끊임없는 고민을 하던 차,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남편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나,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은데 사실은 자신이 없어.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음.. 꼭 모든 걸 잘해야 해?
-내가 실패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남의 시선 신경 쓰는 게 가장 의미 없는 일이야. 자기들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난 나대로 살면 돼.
내가 너라면, 고민 없이 퇴사할 거야. 설사 집에서 '애만 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더라도 상관없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야.
남편과 대화 이후에 생각이 많아져서 언니에게도 성토의 시간을 가졌다.
언니에게 남편의 말을 전하니 제부가 맞는 말만 한다며
'너는 생각 좀 하지 말고, 덜 열심히 살도록 해'라고 말했다.
남편은 그말을 전해듣곤 파안대소하며 말했다.
언니가 제대로 처방했네.
그래, 반드시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다. 항상 성공하지 못해도 된다.
매 순간 그렇게 숨 가쁘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이 가장 바보 같은 일이다.
누가 뭐라 하든 내가 행복한 길을 선택하면 된다.
나는 결국 퇴사를 하게 될까?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몇 번의 퇴사병을 앓은 끝에 확실히 느낀 것은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나는 어떻게든 행복한 길을 선택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