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말'로 혼잣말 제목들을 반복하기
위와 같이 혼잣말 제목이 정해졌다면 이제 이 혼잣말 제목들을 자기 전에 5분 간 쭉 한 번 읽어내면 된다. 이게 바로 <5분 혼잣말>이다. 어떤가, 엄청나게 쉽지 않은가? 이때 굳이 밖으로 소리를 낼 필요 없다. 자기 전에 두 눈을 감고 혼잣말 제목들을 쭉 마음속으로 읊는다.
처음엔 혼잣말 제목이 하나밖에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시간이 1분도 안 걸릴 것이다. 그러나 싸울 때마다 점점 혼잣말 제목의 개수가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가면 갈수록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길어진다 해도 5분 안팎이면 된다.
앞서 정리한 10가지 혼잣말 제목을 자기 전에 5분 동안 반복한다고 해보자. 그럼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면 된다.
“(첫째), 오로지 중요한 건 여자친구의 사랑이 아닌 내 사랑이다. 내가 여자친구와 연애를 하는 이유는 여자친구가 날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여자친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둘째), 여자친구가 짜증을 내도 절대 반응하지 말자. 여자친구의 짜증은 나와 상관이 없는 일이다. (셋째), 여자친구의 말투를 고치려는 것은 여자친구를 통제하려는 생각의 발현임을 기억하자. (넷째)……(열 번째), 나에게 과분한 사랑을 준 여자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자.”
괄호는 말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기존에 정리했던 혼잣말 제목을 그냥 그대로 쭉 한 번 읽으면 된다. 이걸 매일 5분씩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반복만 하는데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유념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5분 혼잣말>을 할 때에는 단순히 혼잣말 제목을 기계처럼 읊어선 안 되고, 동시에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야 한다.
학창시절 때 수학 공부를 하던 상황을 떠올려보자. 수학 공부를 할 때 실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거다. 그 문제랑 똑같은 문제가 실제 시험장에서 출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틀린 문제를 무수히 많이 반복해서 풀다 보면 그와 유사한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아, 그 문제가 응용되어서 출제된 거구나’라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5분 혼잣말>을 할 때 당시의 상황을 함께 떠올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저 혼잣말 제목을 불경 외우듯 다다다다 반복해서 읊기만 한다면 다음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저번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것을 뇌가 인지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반면 혼잣말 제목을 암송하면서 그때의 상황을 리플레이 버튼을 눌러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시켜 본다면, 다음번에 유사한 상황에 봉착했을 때 그 유사성을 쉽게 포착하고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앞서 설명했던 혼잣말 제목 10가지 중에 7번 상황이 ‘공감이 아닌 판단을 해서 싸우는 경우’였다. 이때의 혼잣말 제목은 “무조건 공감해주자.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나라도 섭섭할 것 같다”였다. 혼잣말을 하는 단계에서 눈을 감고 그저 이 혼잣말 제목만 다다다다 읊는 건 효과가 없다. 그때의 상황, 즉 내가 공감을 못해서 여자친구가 불같이 화를 냈던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과 당혹스러움 등도 같이 떠올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번에 여자친구가 내게 공감을 원할 때 ‘아, 저번 상황이랑 유사하구나!’하고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서 리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5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혼잣말 제목이 10개, 아니 20개라 하더라도 단순히 그 제목들만 줄줄이 읊는다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읊기만 하는 건 효과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5분 간, 하나의 제목을 읊으면서 동시에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그 혼잣말 제목이 나에게 완전히 깊게 스며들게 하라. 뇌에 완전히 입력한다는 느낌으로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1단계에서 싸움의 원인 분석을 할 때 해롱해롱 한 시간을 피해서 하라고 한 적이 있다. 또 싸움 직후에 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고도 했다. 본격적으로 혼잣말을 읊는 단계인 이 4단계는 자기 직전에 하되, 해롱해롱할 때 하든 그렇지 않든 크게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안 거르고 매일 하는 거다.
사실 4단계의 시간대는 크게 중요치 않기 때문에 언제 해도 상관이 없긴 하다. 따라서 아침에 해도 괜찮다. 그건 선택의 문제다. 다만 내가 자기 직전에 하는 걸 추천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경험상 아침에는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욕망이 크다. 그래서 잠에서 깨는 시간을 최대한 뒤로 늦추려 한다. 그러다 보면 <5분 혼잣말>을 허겁지겁하게 된다. 그다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학교 수업을 가야 한다거나, 출근을 해야 하는 등 뒤에 일정이 있는 아침에는 <5분 혼잣말>이 제대로 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또한 최근 들어 급격히 유행하고 있는 ‘신사고 운동(New Thought Movement)’에서도 자기 전 최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사상 운동이란, 성공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조를 말한다. 신사상 운동의 시조가 되는 인물 중에 한 명이 바로 네빌 고다드(Neville Goddard)라는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잠에 들기 바로 직전이 우리의 무의식이 극대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때 어떤 생각을 주입하면 우리는 그걸 현실로 받아들인다. 사실 이건 최면 기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최면은 우리 정신이 몽롱한 순간을 이용해서 우리의 무의식이 표면화될 수 있도록 만든다. 신사상 운동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자기 전에 최면의 효과가 가장 좋다는 점은 우리가 충분히 차용할 만하다.
마지막 이유는 습관이 자리잡기 위해선 ‘루틴(Routine)’이 생겨야 하기 때문이다.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선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 잡아 오히려 그 시간대에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아침에 하면 허겁지겁하게 돼서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낮에 하면 부득이한 일이 생겨 일정한 시간대에 <5분 혼잣말>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자기 직전이야말로 <5분 혼잣말>을 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꼭 5분이 아니어도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혼잣말 제목이 한 두 개밖에 안 돼서 혼잣말을 반복하는 데 1분도 채 안 걸릴 것이다. 그런데 싸움을 많이 하면서 혼잣말 제목이 10개 정도로 늘어나면 그와 함께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아무리 많아도 경험상 5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5분이 아직 안 되었다고 해서, 혼잣말이 끝났는데도 다시 혼잣말을 한 바퀴 더 반복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물론 더 좋겠지만, 한 바퀴만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노파심에 말하면, 절대 시간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스톱워치로 5분을 정확히 재고 있을 필요도 없다. 그냥 혼잣말 제목이 몇 개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다 읊는 순간이 <5분 혼잣말>이 끝나는 시간이다. 얼마나 집중력 있게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혼잣말 제목을 내 뇌에 입력하는지가 중요하지, 1분인지 5분인지 10분인지는 결코 중요치 않다. 따라서 <5분 혼잣말>을 할 때에는 핸드폰을 가급적 멀리 놔두길 추천한다. 시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