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가 당당한 이유
내 인생은 내가 연주하는 거야
상간녀가 당당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마누라는 슈퍼우먼이 되어도
평생 말단직원 신세다.
가정과 직장, 자녀양육까지
섭렵해도
당연한 업무라 보너스도 없다.
상간녀는
할 줄 아는 건 하나뿐인데
상사 대접받는다.
수컷의 욕망을 채워주는
암컷 노릇만 하면 되는 전문직이다.
그 대가로
맛있는 식사에 선물까지
수시로 대접받는다.
당신이 최고야! 한마디만 해도
고급 명품백 받는 쏠쏠한 직업이다.
마누라는
따뜻한 밥 차려주고
뒤처리 담당하는데.
상간녀는 손에 물하나 안 묻히고
고급 외식 할 수 있다.
마누라는 온몸이 부서지게
움직이면서도
남편, 자식 눈치 보지만
상간녀는
입? 만 가지고 있으면 만사 땡이다.
마누라는 남편 고생한다고
보약 먹이고
상간녀는 몰래 만나준다고
보약 받아먹는다.
마누라는
남편 돈이라고 알뜰 저축하고
상간녀는 지갑 털 궁리만 한다.
마누라 생일은 명절 밑으로 지워지고
상간녀 생일은 특별기념일이다.
마누라는 남편이 병들면
미워도 다시 한번
상간녀는
더 건강한 수컷을 찾는다.
마누라는 독방신세도 참지만
상간녀는 틈새 양다리 찾는다.
마누라 앞에선
철없는 큰 아들이 되는 남자가
상간녀만 보면 변강쇠가 된다.
마누라와 상간녀라는 자리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가 되는 걸
너무 늦게 알고 말았다.
결혼 전에 알았더라면
바보 취급 당할 결혼은 안 했을 텐데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이
몹시 아쉽고 화까지 치민다.
상간녀는 자격도 조건도 없지.
나이도 직업도 가리지 않아.
술집 작부든 미혼이든 유부녀든
남의 남자라도 상관없다면 합격이지.
마누라 고르는 조건은 대우도 약하면서
저울에 달아보고 까다롭잖아?
학벌, 교양, 집안. 재산까지
아니면 눈 뒤집힐 정도로
맘을 확 빼앗는 매력이든지.
암튼 뭔가 심히 불공평한
현상이야.
마누라는
양귀비라도 외면하고
상간녀는
곰보라도 보조개로 보이는
남자랑 결혼한 것이 잘못이다.
남자에겐 아무래도
성적인 대상이 우선, 현모양처는 필요 없어.
자식이야 학교나 학원 어린이집에서
알아서 해주니 덤으로 잔소리만
얹어주면 되니까.
이 정도 남자라면 최하급 수준인가?
남자의 생태를 결혼을 통해 알고 나니
엄마와 아내라는 숭고한 직업 어쩌고
하는 말도 다 헛소리가 되더라.
고상한 인간의 명예보다
즐겁고 신나는 실리주의가
편하단걸 결혼이 가르쳐 주고 있잖아.
마누라 귀한 줄 모르는 남편이라면
그의 마누라표
떼는 것도 현명할 거 같아서.
당신 마누라 그만할래, 선포했지.
그럼 누구 마느라 하려고?
묻지도 않는데 말해 줬어.
나도 애첩자리 알아보려고?
하도 기막힌 말들 많이 하는 터라
나도 기막힌 대사 좀 날렸어.
그랬더니 설마? 표정으로
픽! 웃더라고.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짓 못할걸? 식으로 말이야.
생각보다 그 사람 나를 믿고 있더라고.
믿는 도끼 발등 찍는 거 쉽겠더라고.
누굴 사랑하고 안 하고
문제가 아니야.
남자랑 사는 거 결혼해보니
별거 아니더라고.
결론 없는 여담이지만.
다 본처모임에서 나온
뒷담화니 새겨들었지.
3
재수 없게 결혼했다면
경우에 따라
상간녀처럼 남편을 대하라는
말이겠지.
남편을 남편으로 대하지 말고
남의 남편 대하듯 하는 거지.
무심하게 편하게 생각나면
한 번 마주 보고 그리고 안녕하듯이.
그게 가능하냐고?
그렇게 하니 세상 맘 편하던데?
자식도 너무 아끼면
불효한다잖아.
남편이라고 몸도 맘도 다 준다는 액션은
그만했음 질릴 때도 됐잖아.
나도 마누라 노릇 지겨운데
남잔 들 남편 노릇 신물 나겠지.
그러니, 남편대신 오빠가 되려고
여기저기 틈새를 노리는 거 아니겠어?
인간이란 게 그렇더라.
이기적이고 철없는 욕망에
휘둘리며 살거든.
결혼에
목숨 걸지 말고 가족이라고
모든 것 주지 말라고.
적당한 거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해야지.
함께 도우며 사는
운명 공동체로 인식하자는 거지.
사는 모습도, 생각도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져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
교과서 대로 배운 대로 살면
하루아침에 바보 취급 당하는 경우엔
나부터 변해야겠다고 생각했지.
내 인생은
내가 연주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