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 10- 조무사로 일한 지 어느덧 7년째
본업과 부업은 모두 사람에 대해 배우는 일
조무사로 일하면서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사람들은 모두가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고, 일을 하면서 내가 원했던 업무와 점점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면 몇 년 후 나를 찾아 퇴사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한 번뿐인 인생, 내 마음 가는 데로.
사실 난 여태 그렇게 살아왔고 내 뜻대로, 내가 하고 싶은데로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아직은 부족하고 완전하진 않아도 나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후회하거나 시간을 되돌려서 바꾸고 싶진 않다.
간호조무사 일은 힘들다. 서비스 직으로서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 누구나 남에게 대접받고 싶어 하는 것, 내 상황을 남이 더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람들은 간혹 나에게 삿대질을 하거나 소리를 칠 때도 있다. 하지만 매번 그렇지 않다. 힘든 날이 굉장히 많다고 느껴져도 막상 생각해 보면 잘 지내오다 그날 하루가 힘들어서였고 내 정신이 온전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힘든 체력 이어서인 경우도 있었다.
글을 쓰면서 주인공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고 인물의 생동감을 돋보이게 하려면 주변 사람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시기 집과 가까운 병원에 다녔다. 환자분들 대부분이 어르신이었기에 인수인계도 한 마디였다.
"단골 어르신분들은 무조건 다 외워."
"네??"
그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하룻 동안 일하면서 단골 어르신 분들은 문을 열자마자 손을 들어 말한다.
"나왔어~ 접수해"
" 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새로운 뉴페이스인 나를 보곤 데스크로 다가와 질문한다.
"처음 왔구먼?"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얘 교육 좀 시켜둬. 나 보면 딱 알게."
그때부터 포스트잇에 자주 오시는 환자분들의 얼굴을 그려두었다. 뭉텅이로 그려놓고 얼굴과 메모지를 보며 얼굴을 익혔다. 환자가 없을 때도 단골 환자분들의 특징이나, 외형을 적어 두며 외우기를 반복. 또 반복
"네~ 아버님, 000이시죠?"
"외웠구먼!"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다른 환자분을 여쭤봤는데 성이 잘 안 들려서 다시 재차 묻자 갑자기 그분이 날 보며 갑자기 소리쳤다.
"노!!"
"네?"
순간 너라고 지적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성이 노라고 노!! 아 거참 몇 번을 얘기해!"
머쓱했던 순간. 그래도 단골만 외우면 됐지. 한 달이 지나선 문이 열리면 들어오는 얼굴만 보고도 미리 접수도 가능하게 되었다.
"근, 열 들어가신 분들은 근은 몸에 근육이 많은 거고 열은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래"
어느 날엔 같이 일하던 선생님이 농담 삼아 한 마디를 던졌다.
"선생님, 그런 게 어딨어요."
하고 웃어넘겼는데 이름에 근이 들어간 환자분이 오셨고 정말 직원 말대로 연세와 달리 근육질 몸매의 아저씨셨다. 며칠 뒤 그분이 내시경을 하러 오셨는데 내시경세척을 하던 도중 회복실에서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헙! 헙!"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가보니, 그분이 깨어나시는 도중에 무의식적으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계셨다.
"1500원이세요."
"돈 없다!"
매번 돈 없다를 외치시며 전쟁 이야기를 하시던 할아버지 이야기를 웃으며 넘겼던 일도.
그 병원에서 나이가 많은 어르신분들을 상대하며 재밌는 일도 많았는데 왜 일이 힘들다고만 생각하며 불평만 했을까. 각자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갖고 계시는데 왜 그걸 쓰지 못했을까. 지혜가 부족했구나. 지금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건 내 본업이 있어서였는데.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며,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인데.
나는 오늘도 환자분들을 유심히 본다. 그분들의 행동과 말투, 겪고 있는 고민들과 생각에서 내가 사람에 대해 배울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