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12. 지우지 못한 감정, 글로 비우기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그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다.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듯, 눈앞이 흐려졌다.
삭제할 수도, 답장할 수도 없었다.
그저 그대로 두었다.
시간이 무디게 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도,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문득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이유는 없었다.
다만, 머릿속을 떠도는 장면 하나, 말이 되지 못한 감정 하나를 붙잡고 싶었다.
그렇게 조심스레 문장을 꺼냈다.
말이 아니라, 글이었다.
누구에게 들려주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에게, 나의 마음에게 전하는 이야기였다.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다.
그 상황을 조금씩 들여다보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마주했다.
한 문장, 한 단어씩 써 내려갈수록
내 안에서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고요히 흘러나왔다.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외면하고 싶었는지.
글은 솔직했다.
글을 통해 내가 느낀 감정을 처음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한 편을 써내고 나니, 그 메시지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처럼 숨이 막히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시리긴 했지만,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말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지만,
글은 나를 대신해 주었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이, 대신 전해주었다.
글을 쓰는 것은 비우는 일이었다.
단단히 쥐고 있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는 과정이었다.
마음속의 구멍은 여전하다.
이제는 그 구멍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오늘도, 한 줄을 더 쓴다.
말 대신, 글로.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