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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의 편지처럼

by Camel

# 봄날의 편지처럼


스무 살의 봄날, 벚꽃이 흩날리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도서관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그이의 모습이 처음 눈에 들어왔을 때, 가슴 한켠이 살짝 떨렸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의 설렘이 이렇게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머물 줄은 몰랐답니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첫사랑이란, 아마도 이런 걸까요? 지나가는 봄날의 꽃잎처럼 스쳐간 사랑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 깊이 새겨진 것 같아요.


우리의 마주침은 늘 우연 같았어요. 도서관에서, 교정의 나무 그늘 아래서, 버스 정류장에서. 그 모든 순간이 운명처럼 느껴졌죠. 책을 좋아하던 그이는 늘 따뜻한 미소를 지니고 있었어요. 말없이 나누던 미소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던 그 시절이었답니다.


처음으로 나눈 대화는 비 오는 날이었어요.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그이가 같이 쓰자며 건넨 말 한마디에, 온 세상이 반짝이는 것만 같았죠. 빗속을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들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련하게 남아있어요.


그이가 좋아하던 시집을 지금도 가끔 꺼내보곤 해요. 페이지 사이사이에 끼워두었던 은행잎이 이제는 바스러질 듯 노랗게 변했네요. 그때 그이가 읽어주었던 시구절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요. "사랑은 늘 처음인 것처럼..."


말하지 못한 마음도, 전하지 못한 감정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걸까요? 완성되지 못한 사랑이기에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봄이 오면 그날의 벚꽃처럼 그이를 떠올리곤 한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봄날이었나 봐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런 계절.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사계절이 되었겠지만, 가끔은 그 봄날의 설렘을 그리워해요.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저 흐릿한 추억이 되어버린 그 사랑.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어요. 그때 느꼈던 순수한 설렘, 떨리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그 눈빛, 말없이 나누었던 미소들. 그 모든 순간이 제게는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잊지 못할 사랑이란, 완벽하거나 영원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더 아름답게 성장하게 해준 사랑이었기 때문이란 걸. 그래서 전 오늘도 감사해요, 스무 살의 봄날에 만난 그 설렘과 떨림의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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