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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채집

by 김추억

요즘 우리 딸 행운을 채집하고 다닌다.

한동안 딸아이의 점심시간은 급식을 빨리 먹고 강당에서 깨알 같은 합창 연습을 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합창대회가 끝나고 요즘 딸아이의 점심시간은 네잎클로버 찾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우연히 운동장을 지나다 눈에 띈 네잎클로버 하나가 그 시작점이었다.

딸아이는 집에 와서 자신의 휴대폰을 내게 보여주었다. 딸아이 휴대폰 뒷면의 투명 케이스 안에 네잎클로버 다섯 개가 들어 있었다.

아주 작고 귀여운 네잎클로버가 진한 초록의 기운을 전달하고 있었다.

심지어 투명 테이프로 네잎클로버 앞뒤를 코팅 처리작업까지 한 딸아이였다.

네잎클로버를 빠싹 말려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수업 시간에 40분 동안 말려서 한 거라고 했다.

"엄마, 내일은 오잎클로버 찾아볼게요. 낼모레는 육잎클로버, 그다음 날에는 칠잎클로버."

"아서라. 이거 찾느라고 더웠겠고만."

"더워도 행운을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재밌었어요."

"엄마 하나만 주라."

"다 가져요. 나는 내일 또 찾으면 되니까."

책갈피로 쓰라는데 도저히 작고 얇아서 책갈피의 역할을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다음날 딸아이가 진짜 오잎클로버를 찾아왔다. 역시나 휴대폰 뒤 케이스 안에 잘 넣어놨다. 오잎클로버는 꽃 같았다.


다음날 또 딸아이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친구들과 네잎클로버를 채집하고 다녔단다. 그리고 나에게 채집한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내주었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보내 준 행운

세잎클로버가 아닌 네잎클로버로 태어나서... 선택? 받았다.

채집량이 많아서 나물을 해 먹어도 될 정도였다.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딸아이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이 너무 드러운거 아니냐?"

"에이, 요즘 학생들 책상이 다 그렇죠 뭐."

"그래도 먼지가 넘 심하잖어."

"나만 그런 거 아녀요. 다들 지우개똥 모아놓고 그렇게들 살아요."

"오늘 점심시간에 비 안 왔냐? 비 맞고 저거를 찾은 거야?"

"그까이꺼 비 쪼꼼밖에 안 와서 맞을만했어요."

열한 살 딸아이 말투가 세상 참 많이 살아본 말투다

딸아이가 내게 준 행운

딸아이가 내게 준 귀여운 네잎클로버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난다. 스카치테이프로 코팅 작업해 놓은 것이 귀엽고 또 어젯밤의 대화 때문이다.

"하경, 근데 이거 네잎클로버 가지고 뭐할려고 자꾸 뽑아 오는 거야?"

"네잎클로버로 하기는 뭘 해요. 그냥 행운을 갖고 사는 거지."

그냥 행운을 갖고 산다는 말이 좋았다.

그렇다. 딸아이가 내 딸로 태어나 준 것이 행운이고, 그러기에 나도 행운을 갖고 산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나는 정말 많은 행운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사가 밀려오고 행복한 마음이 차오른다.


요즘 우리 딸, 행운을 채집하고 다닌다.
어쩌면 행운을 채집하면서 동시에 행복도 같이 채집 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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