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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과 산낙지

by 김추억

한여름에 태어난 딸아이, 올해도 한여름이 되어 딸아이가 11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 특수를 톡톡히 누린다.

어른들께 명절 때나 받을만한 용돈을 생일에도 받는다.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계좌로 말이다.


방학이어도 합창연습을 하러 학교에 가는 딸아이는 자신의 생일임을 강조하며 엄마에게 오늘은 아무 곳도 가지 말고 자신과 함께 해줘야 할 것을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정작 합창연습이 끝나고 전화가 왔다. 친구들과 마라탕 먹고 놀다가 온다고.

이제 11살이면 생일에 친구들과 노는 것이 당연한데 엄마를 옆에 끼고 있으려는 심리는 또 무엇인지 싶다.


산책을 다녀온 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딸아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생일 저녁상 위에 산낙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낙지탕탕이를 굉장히 좋아하는 초등학생 입맛이 그저 귀여울 뿐이다.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 밥상을 차렸다.

딸아이는 육식인간이다.

소고기미역국, 제육볶음, 닭갈비 등등... 소, 돼지, 닭을 준비했지만 딸아이는 산낙지에 꽂혀서 산낙지만 먹는다.

"산낙지가 그리 좋으냐?"

"네, 맛있으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이 적어지는 산낙지를 젓가락으로 깨우는 딸아이였다.

아, 무해하고 귀여운 표정과는 사뭇 다른 행동에서 약간의 잔인함을 느꼈다.

딸아이 생일상에는 무조건 산낙지를 올려줘야겠다.

요즘 우리 딸, 산낙지 먹고 기운이 팔팔하다.

방금도 의자하나를 끌고 왔다갔다 하더만은 의자를 뽀사먹었다. 원목으로 된 의자 다리 하나가 탈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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