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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형 Aug 11. 2023

승마교본 7

   나는 새벽안개의 등에 오른다. 좋은 자세를 배우는 것은 좋은 자세를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당신의 앞에서 평보로 걷기 시작한다. 허리를 수직으로 세우고 어깨와 골반 그리고 발끝이 나란히 떨어지게 유지한다. 네 박자의 걸음에 따라 골반을 좌우로 흘려준다. 평보는 지루한 작업이지만 가장 여유로운 걸음이며, 말과 교감을 시작하는 기본 걸음이다. 평보를 통해 등에 오른 당신이 편한 존재라는 것을 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당신은 달그림자의 등에 오르려 시도한다. 나는 당신에게 등자에 너무 몸무게를 싣지 말라고 조언한다. 당신은 그 말의 의미를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은 따라 하지 못한다. 나는 말에서 내려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높이 뛰어야 해요. 등자는 밟고 올라간다기보다는 균형을 잡아 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당신은 어렵게 말에 오른다.

“아직 고삐는 잡지 마세요. 고삐를 잡으면 앞으로 가라는 신호인 줄 알고 출발할 겁니다.”

   처음으로 오른 말 등은 당신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높다. 나는 말에서 내려 당신의 자세를 다시 잡아 준다. 엉덩이가 너무 뒤로 빠지지 않게 골반을 양손으로 잡아 앞으로 밀어주고, 허리를 펴 어깨의 위치를 잡아 준 뒤 등자의 길이를 조정한다.

   “처음에는 이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고 불편할 거예요. 하지만 기승자가 불편하면 말도 불편해하고. 기승자가 불안해하면 말도 불안해합니다. 감정이 전달된다고 생각하세요. 서로를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다시 새벽안개의 등에 올라 당신의 앞으로 다가가 평보로 걷는다. 달그림자는 약속한 것처럼 뒤를 따른다. 당신은 말의 움직임이 볼 때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에 놀란다. 균형을 잡는 것이 어색할 것이다.

   “고삐는 잡지 마시고 허리 펴고 자세 유지에 신경 쓰세요. 시선은 먼 곳을 향하세요. 한곳을 집중해서 보지 말고 넓게 범위를 본다 생각하세요. 머리는 진행 방향을 향하고 시야만 넓게 보세요. 땅은 보지 마시고요. 나중에 고삐를 잡으면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지면은 말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기수는 큰 방향성만 잡아 주면 됩니다. 세세한 부분은 말을 믿으세요.”

   고삐 대신 안장 손잡이를 잡고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렵지 않은 것과 익숙한 것은 다르다. 우리는 그렇게 이틀간 평보로 걷기만 한다. 몸에 새기는 작업은 지루하면서도 가장 어렵다. 하지만 말에 처음 오른 당신은 평소 볼 수 없었던 시야를 얻은 것에 새로움을 느낄 것이다. 

   “특히 등자는 발을 얹기만 하고 힘을 주지 마세요. 한쪽에 힘이 실리면 안장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세는 허벅지 힘으로 유지하는 겁니다. 허벅지로 말을 끌어안는다 생각하세요.”

   어느덧 당신의 자세가 안정되어 갔다. 하지만 당신의 허벅지에는 근육통이 점점 심해질 것이며, 나중에 당신이 직접 고삐를 잡으면 그 자세는 다시 무너질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자세는 더욱 중요하다.

   슬슬 당신에게 고삐를 쥐게 한다. 당신의 팔은 재갈이 물린 입의 위치와 일자가 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고삐를 잡으면 그 말의 통제권은 고삐를 잡은 사람에게 넘어가요. 재갈은 너무 당기면 멈추라는 신호로 알고 앞으로 가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너무 풀어주면 달리라는 신호로 알아들을 겁니다. 물론 제가 앞에서 걷는 이상 저를 따라오겠지만, 당신이 힘을 준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아지고, 당신이 통제권을 잃으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겠죠. 최악의 경우에는 실수인 척하면서 사람을 떨어뜨리는 악벽을 가진 말도 있습니다.”

   당신은 그 이야기를 듣다 슬픈 얼굴을 한다. 그만큼 누군가를 태우기 싫은,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한 것일까.

   “재갈의 양쪽에 가해지는 힘은 방향을 전환할 때가 아니라면 양쪽에 동일하게 작용해야 해요. 그리고 재갈을 당기면서 박차를 넣는다거나 상반되는 명령을 내려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이제 서로 간의 약속을 하나씩 배워가도록 합시다.”

   당신이 어떻게 고삐를 잡아야 하는지 모양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당신의 손을 잡고 양손으로 감싸 주먹 모양을 만든다. 당신의 손은 무척이나 차고 작았다. 당신의 엄지를 세우고 새끼손가락을 살짝 편다. 고삐는 당신의 새끼와 약지 사이로 들어가 엄지와 검지 사이로 빠져나왔다. 엄지가 위로 가도록 당신의 손을 마주 보게 세운다.

   “손에 너무 힘을 주지 말아요. 양손의 간격은 주먹 하나가 여유 있게 들어가도록 지금 간격을 늘 유지해야 해요. 익숙해질 때까지는 팔과 재갈이 직선을 이루는지도 항상 신경 쓰고요. 재갈을 당기거나 풀어줄 때도 자연스럽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고삐를 잡자 당신의 몸은 자꾸만 앞으로 쏠린다. 온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과 달그림자 서로가 불편해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달그림자의 굴레를 잡고 걷는다. 손등으로 말의 볼이 닿는다. 당신이 고삐를 잡고 있지만 새벽안개는 나를 따른다. 천천히 걸으며 당신의 자세를 수시로 고쳐준다.

   당신의 자세가 안정되자 나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허벅지로 몸통을 꽉 끌어안으세요. 힘을 빼지 마세요. 놓을 겁니다.”

   나는 잡고 있던 굴레를 놓는다. 그 순간 달그림자의 통제권은 당신에게 넘어간다. 당신은 재갈을 느슨하게 잡고 있었고, 달그림자는 그것을 달리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당신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달그림자는 구보로 달린다. 놀랐지만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안장 위로 달그림자의 등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달그림자는 벌판을 크게 한 바퀴 돌고는 마방으로 터벅터벅 들어가 멈췄다.

   당신의 표정에는 희미한 두려움과 흥분이 함께하고 있었다. 떨어지지 않은 것은 당신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에 대한 연습 결과다.

   “달그림자라면 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중간에 세우지 못한 것은 좀 아쉽네요. 그래도 낙마하지 않은 건 잘하신 거예요. 자세가 무너졌으면 떨어졌을 겁니다. 언젠가 한 번은 떨어져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일부러 그럴 건 없죠.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깐요.”

   나는 당신이 내리는 것을 도와준다. 안장을 내리고 당신이 엉덩이로 찍은 부분을 확인한다. 안장 없이 달그림자 위에 오른다. 행여 당신으로 인해 나쁜 버릇이 들었을지 몰라 평보, 속보, 구보로 속도를 올렸다가 내리며 마무리 운동 겸 부조를 정리해 준다. 마방으로 돌아와 달그림자의 굴레를 벗긴다.

   “이 녀석은 오늘 쉬어야겠어요. 오늘은 이만하죠.”

   새벽안개도 달그림자의 굴레를 벗기는 것을 봤는지 마방에 돌아와 있다.

   “퇴근 시간인지 알고 왔나 보네요.”

   새벽안개의 굴레를 벗기며 말한다.

   “고삐를 잡는 건, 쉽게 배우는 사람도 있고 어렵게 배우기도 해요. 말에 따라 워낙 달라서 말이 바뀌면 또 그 감을 다시 찾아야 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조금 당기다가 천천히 풀어주는 식으로 감을 잡을 수도 있겠죠.”

   당신은 습득이 빠른 학생이지만, 나는 당신이 되도록 천천히 배웠으면 좋겠다. 빨리 배운 것은 그만큼 빨리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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