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제 슬슬 속보를 배워야 한다. 속보는 승마에서 가장 중요한 움직임이다. 속보는 원래 자연의 말에게 있던 동작이 아니라, 인간의 편의에 따라 교육한 동작이다. 두 발씩 교차하며 통통 뛰는 두 박자의 걸음은 기승자에게 특별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엉덩이를 박자에 따라 들어 줘야 하는데요. 위로 든다기보다는 앞으로 민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나는 달그림자를 타고 당신에게 시범을 보인다. 속보에서 기승자의 움직임을 말에서 내려 흉내 내면 음란한 동작을 연상시킨다. 그것은 후배위를 하는 남성의 동작 같다. 고삐를 쥔 손은 여자의 허리를 잡은 듯하고, 엉덩이를 말의 박자에 맞춰 부드럽게 밀어야 한다. 시범 후 새벽안개에 탄 당신이 내 뒤를 따르게 한다. 달그림자가 속보로 뛰자 뒤따르던 새벽안개 역시 속보로 뛰기 시작한다.
“제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마세요. 말마다 독자적인 리듬이 있으니, 똑같이 따라 하기보다는 리듬을 느끼도록 하세요.”
돌아보니 역시나 박자를 못 맞추고 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속보는 두 박자임에도 우리가 살면서 쉽게 접해 보지 못한 이질적 느낌이다. 말 등 위에서 엉덩이가 통통 튀며 말 등을 찍어 눌렀다. 나는 새벽안개의 등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일정 시간마다 휴식을 취했다.
당신은 이제 혼자서 평보에서 속보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구보로 뛰어도 속도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고삐를 통한 움직임은 좋아졌다. 하지만 속보의 리듬은 찾지 못했는데, 그것은 천천히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치 갑자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종종 의도치 않게 구보로 속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구보 시 엉덩이를 세 박자에 맞춰 앞으로 미는 동작도 가르쳐 주었다. 당신은 속보보다 구보의 동작을 먼저 익혔다. 습보는 사용할 일이 없으니 이제 속보에서 화음의 해결이 이루어지는 날 수업은 마무리된다.
나는 그 이후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오일 정도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 당신은 말 등 위에서 마치 액체처럼 유연하게 하반신을 움직이고 있었다. 당신은 나를 발견하고 바로 앞으로 새벽안개를 몰고 와 자연스럽게 멈췄다.
“저 이제 찾은 거 같아요. 지금 동작 어땠어요?”
당신이 여기에 온 이후 그렇게 흥분된 모습으로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처음 본 것 같다. 조금은 감동적이었고 놀라웠다. 지금 모습이 당신의 본 모습일까. 당신에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당신은 무척이나 멀리 돌아왔다. 남들은 비교적 먼저 배우는 속보를 마지막에 배운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속보는 일이 주에 한 번 승마레슨으로 배운 다른 사람들의 속보와 다를 것이다.
우리는 오늘 말을 타고 조금 멀리 나가기로 한다. 숲을 지나 도로에 있는 가게에 들러 먹을 것을 사고 산을 넘어 호수에 왔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언덕을 넘으며 석양 아래로 열리는 호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 승마를 할 수 있게 된 보상으로 이 풍경은 부족할까. 돌아올 때는 당신이 앞장선다. 길을 모르지만 내가 뒤에서 알려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새벽안개가 집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었다. 새벽안개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엔 애정이 담겨 있다.
“이제 교육은 끝났고요. 남은 기간은 최대한 익숙해질 정도로 자유롭게 타시면 됩니다.”
당신의 교육에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렸다. 남은 오 일간 당신은 이제 자유승마를 할 것이다.
“한 일주일 더 머물러도 되나요? 돈은 더 내겠습니다.”
“돈은 더 안 내셔도 돼요. 원하시면 며칠 더 있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은 더 머물지 않을 것이다. 돈을 더 받지 않는다는 것이 거절의 의사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