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여기에 온 것도 어느덧 이 주나 지났다. 이제 한 단계만 더 거치면 당신은 말 등에 오르게 될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전달한 것은 재갈과 안장이었다. 재갈과 안장을 본 당신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은 이제야, 라며 기뻐했을 것이다. 그만큼 말을 타는 데에 있어서 재갈과 등자는 편자와 함께 상징적인 물건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좀 조심스러운 비유지만 이해를 위해 예를 들자면 흔히 사귀는 사이는 아닌 친구였을 때랑, 사귀고 난 뒤 연인일 때랑 전혀 다른 경우가 많죠? 말도 연애랑 비슷해요. 인솔해서 끌고 다닐 때랑, 등에 올랐을 때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달그림자는 굴레를 씌우기는 힘들지만 일단 쓰고 나면 순종적이죠. 반면 새벽안개는 굴레를 씌우긴 쉽지만 끌고 가려면 습관적으로 버텨요. 새벽안개는 짧은 거리를 가는 것도 끄는 것보다 타는 게 더 편하죠. 반면 달그림자는 자신의 등에 탄 사람의 간을 많이 봅니다. 경마장에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되어 재갈에 민감하면서 재갈을 물고 습보로 뛰는 습관이 아직 남아 있죠. 반면 새벽안개는 안장을 올릴 때 배에 힘을 주는 악벽이 있어요. 어차피 세세한 부분들은 타면서 느껴야 할 것들이에요. 기승자의 성향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있거든요. 다만 보고 있는 것, 옆에서 끄는 것 마지막으로 등에 타는 것. 각각 친구, 직장상사, 연인 등 서로의 관계가 변한 상황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신이 말에 오를 때가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당신이 알길 바라던 것도 미리 설명하게 된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을 사실도 알아야 할 사실도. 그건 말 등에 올라간 당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면서 말에게 나쁜 습관이 주입되지 않게 하려는 방어적인 의미도 있었다.
“저 질문이 있는데요.”
“예 말씀하세요.”
“먼저 숙보? 숩보? 그게 어떤 건가요.”
“아 그건 습보라고, 스에 비읍 받침이고요. 경마장에서 뛰는 전력 질주를 말합니다. 이건 승마에서 배우진 않을 겁니다.”
“아 또 하나는 배에 힘을 주는 나쁜 습관이 있다 했는데, 그건 왜 그러는 건가요?”
“그것도 안장 올릴 때 다시 설명드리겠지만 복대를 채울 때 힘을 주면 그만큼 복대에 공간이 생겨 느슨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안장이 돌아갈 수 있어요. 능숙한 사람이야 안장이 돌아갈 일 없겠지만, 초보자들은 위험한 상황이 충분히 올 수 있죠.”
당신에게 굴레를 건넨다.
“말의 치열에는 이빨이 없는 치극이 있어요. 거기에 재갈을 물리고 그 자극으로 말을 조종하는 거예요.”
나는 말의 턱을 잡고 양쪽으로 손가락을 넣어 입을 벌리며 당신에게 보여준다.
당신은 이미 마방굴레를 능숙하게 씌울 줄 알기 때문에, 재갈굴레를 씌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른 점은 왼손으로 턱을 잡고 치극에 손을 넣어 입을 벌려주는 것이었는데, 손이 작아 힘들어 보였다. 오히려 재갈만 먼저 물리면 나머지는 마방굴레보다 수월했다. 입만 벌리면 대부분의 말들은 재갈을 알아서 물고 이빨과 혀로 자연스럽게 치극에 재갈의 위치를 잡았다.
“아파하진 않나요?”
당신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질문한다. 나는 순간 말을 멈춘다. 그런 질문을 한 것은 당신이 처음이다.
“아마 재갈을 처음 물 때는 거부감이 강하죠. 그런데 이 녀석들은 이미 익숙합니다.”
당신의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은 없다. 재갈은 자극을 주는 도구다. 자극을 넘어 통증을 호소하는 말도 있다. 예민한 말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안장을 올리기 전, 털 손질은 무척이나 중요해요. 행여 안장과 피부 사이에 흙이 뭉쳐져 있는 정도로도 등이 까지거나 복대상을 입을 수 있거든요.”
말 등에 패드를 올리고 안장을 위에 올린다. 패드에 등이 쓸리지 않게 패드의 앞부분을 위로 들어 준다. 반대쪽에 늘어진 복대를 잡아당긴다.
“복대를 한쪽에서만 당기면 피부가 쓸릴 수 있으니 조이고 나서 반대편에서도 당겨줘야 해요.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복대를 당길 때 배에 힘을 주는 경우도 있어서, 복대 끝이 충분히 조여졌는지 반복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복대가 헐렁하면 안장이 돌아가서 낙마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등자에 발이라도 걸리면 끌려가면서 크게 다칠 수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안장도 등자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는 거죠.”
당신은 복대를 조이며 힘을 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것은 어쩌면 연민의 한 표현일지 모른다.
“복대를 올리는 건 힘보다 요령이에요. 할수록 익숙해지겠지만, 너무 조이는 건 아닐까. 사정을 봐주면 안 됩니다. 이 녀석들은 다리를 제외하면 인간보다 훨씬 튼튼하고 강합니다.”
그동안 말과 친해지면서 각 말의 습성도 무의식적으로 몸에 체득되었을 것이고, 사료를 주고 산책하면서 체력도 늘었을 것이다.
당신은 이제 간신히 말을 탈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