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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Aug 10. 2023

양재천 산책로에서

능수버들이 러너를 시인으로 만들다!

벌써 뜨거워진 초록의 7월 아침.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성화에도

너희들은 얌전히 그 자리에 가지런하게도 서 있구나.

길고 눈부신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수줍고 조용한 미소를 머금은 아리따운 너희들.


아침 일찍 서둘러 다듬고 나온 듯

치렁치렁한 머리칼은 단정하기도 하구나.

두발검사를 기다리는 열일곱 여고생들 마냥

서로 몸을 비비며 기대어 소곤거리다

배시시 푸르게 웃는 여리고 싱그러운 너희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아침.

한 여름 태양의 뜨거운 손길에도

너희들은 조용히 그곳에서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구나.

땅에 닿을 듯 늘어진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설레는 기다림에 환하게 웃고 있는 어여쁜 너희들.


정성껏 단장하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나온 듯

사락사락 진녹색의 긴치마는 얌전하기도 하구나.

멀리 갔던 신랑을 기다리는 수줍은 새색시 마냥

길 모퉁이를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하다가

오가는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곱디 고운 너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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