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일해야 한다고 말한 지 벌써 10년 지났습니다
우리는 정말 데이터 기반으로 바뀐 걸까?
오늘은 입사 초기에 느꼈던 ‘데이터’와,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의 ‘데이터’를 비교하며 그 온도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2013년에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데이터’라는 말은 매우 수치적이거나 기술적인 뉘앙스를 띠고 있었습니다.
특히 실험 설계 결과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input 값, 구조를 정하고 설계해야 하는 대상, 시스템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대상 등—신입사원 시절 제가 맞닥뜨린 ‘데이터’는 언제나 기술과 함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숫자’이자 ‘설계 요소’였죠.
2015~2016년쯤부터는 머신러닝, 딥러닝이라는 개념이 비전공자들 사이에도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외부 교육과 연계해 간단한 알고리즘 소개와 응용 사례를 부랴부랴 알려주던 시기이기도 하죠.
당시엔 “차량 번호판은 식별되지만, 강아지와 고양이는 구별하기 어렵다. 그게 해결되는 순간, AI의 혁신이 온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2025년이 된 지금은? 강아지와 고양이요? 참..쉽죠? (기술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조직 관점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입사했던 당시에는 ‘데이터 = 숫자’라는 경향이 매우 강했습니다. 물론 데이터는 숫자이긴 하지만 그 숫자는 ‘결정을 이끌어내는 도구’라기보단, 이미 정해진 결정을 정당화하는 수단—실적, 진도율, 공정 진행률 같은 지표로만 소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몇 년 후, 기업부터 사회까지 데이터를 강조하는 문화가 시작되면서 데이터 분석 쪽으로 직무를 옮기고 싶어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일단 파이썬부터 파자!”라는 추세가 생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코딩에 익숙한 일부 개발자 분들은 분석가(혹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입맛을 다시는 분들도 있었고, 취업준비생 중 일부는 처음 해보는 코딩에 쓴맛을 본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인터넷 강의에서는 "파이썬 + SQL 패키지 수강으로 나도 데이터 전문가!" 같은 문구가 쏟아졌고, 몇몇 진짜 교육을 받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나 분석가들은 현타가 많았을 거예요.
(사실 직장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개발자도 , 비즈니스 분석가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마케터도, "잘" 하려면 교육 몇개 들어서가 아닌 심도있는 공부와 업에 대한 절대적 시간/경험이 필요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요즘은 마케터를 대상으로 하는 SQL, 파이썬 교육도 흔해졌습니다. 필자는 이런 흐름에 대해 다소 회의적입니다. 업무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마케터가 굳이 파이썬까지 분석에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거든요.
(물론, 취업을 위해서라면 ... 저는 실무와 전혀 무관한 HSK 자격증까지 따고 그랬었죠..(따고 단 한번도 활용하지 못함))
기업 차원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부서별 교육 대상을 뽑아, 파이썬 기초부터 딥 러닝 (RNN, 강화학습) 알고리즘까지 10일 안에 몰아서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유행이었습니다 (요즘은 슬슬 LLM과 프롬프팅으로 옮겨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
그렇게 교육을 받은 인력 중, “무엇무엇에 딥러닝을 적용해 봤습니다” 같은 한두 프로젝트가 조직 흐름 상 빛을 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얻어 걸리지 못하고 현실 업무와 동떨어진 채로 흐지부지되곤 했습니다.
그 결과는 “데이터니 알고리즘이니 다 해봤자 대학생 프로젝트 수준 아냐?”라는 냉소로 되돌아오기도 했고요.
그리고 2025년 현재, 지금은 데이터 관련 직무가 아니더라도 일단 기본적으로 “어, 데이터는 봐야지”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실무에서는 이런 흐름이 다시 역류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어, 데이터는 봐야지”에서 “아니 굳이 이것까지 볼 필요가 있어?”로 회귀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돌아보면, ‘데이터’는 수치에서 알고리즘으로, 그리고 지금은 조직문화와 사고방식의 일부로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조직은 아직 완전히 바뀐 건 아니지만 ‘데이터 기반’이라는 말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이제는 업무 방식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또 그 변화는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이건 한번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개개인에 작은 의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