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부서에서 시작해, 사업부서 분석가가 되기까지
대학원에 다닐 때 저는 ‘데이터 분석’이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시스템을 설계하고, 확률값이 높은 방향으로 학습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절 저는 이미지 프로세싱에 머신러닝을 적용해 모델을 훈련시키고, 논문 출품을 위해 반복 실험을 하는 게 일상이었지요.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회사에 가서도 그런 일을 하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입사 후 기술 부서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현실은 생각보다 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맡았던 업무는 협력사 실적 관리, 작업 진도 체크, 그리고 간헐적인 설계 및 정책 문서 검토 등이었습니다.
대학원에서 고민하던 연구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실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면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내가 뭘 잘못 온 걸까?”
“더 고민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
하는 갈증이 계속 있었습니다. (지금은 연차가 쌓이며, 직무까지 이상적으로 맞추는 것이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의 저는 꽤 진지하게 갈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회사 내부에서 ‘마케팅 데이터 분석가(BA)’라는 포지션이 새로 생겼고 저는 운 좋게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지도 모른 채 시작했지만 ‘분석’이라는 단어에 걸었던 기대 하나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3년이 시작됐습니다.
이곳은 제가 생각했던 데이터 사이언스와는 결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AI도, 머신러닝도, 알고리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엑셀, SQL, 그리고 ‘업무 맥락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분석보다 앞서는 건 질문의 구조' 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 캠페인 활동을 어떻게 분류하고 그 기준을 매출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현실적이었습니다.
실무에서는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그걸로 어떤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지가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는 비즈니스 분석가(BA)로만 일해봤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데이터 분석까지 모두 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석이라는 이름 아래, 현실에서는 조직의 분위기나 맥락에 따라 그 역할과 기대치가 정말 많이 달라진다는 건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같은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무를 가지고 있어도 겪는 온도차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그 온도차에 처음 맞닥뜨릴 누군가에게 / 또 데이터 분석을 경험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써 봅니다.
제가 하나하나 부딪히며 배운 이야기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사실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서 마케팅 데이터 분석에서 주로 쓰이는 분석 기법, 실무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나 - 이런 소회나 사건 위주로의 글을 써 봐야 하나에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이 많습니다..)
(일단 꾸준히 쓰는 것을 목표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