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형(탐구형) 아이
어떤 아이는 단어를 빨리 외우고, 문장을 금방 따라 말하지만, 또 어떤 아이는 단어 하나를 접했을 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바로 자기 주도형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조용해 보일 수 있지만, 머릿속은 늘 바쁘게 움직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수업 참여가 적어 보이지만, 사실은 단어 하나, 표현 하나를 자신의 방식대로 소화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영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왜 이렇게 말할까?', '이 표현은 어떤 맥락에서 쓰는 걸까?'를 알아가는 흥미로운 사고 과정입니다.
질문하는 아이, 7세 카이 이야기
제가 만난 7살 카이는 전형적인 자기 주도형 아이였습니다. 수업 시간 동안엔 별다른 반응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고, 선생님의 질문에도 쉽게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카이는 선생님에게 다가와 폭풍처럼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수업 시간보다 오히려 쉬는 시간이 더 ‘배움의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영어로 말해보자며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이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친구들은 “I want to be a doctor!”, “I want to be a fire fighter!”라며 밝게 대답했지만,
카이는 말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카이가 다가와 이렇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doctor 앞에 ‘a’를 붙여요?
그리고 grown-up 말고 그냥 big이라 하면 안 돼요?”
이 짧은 질문 속엔 카이의 깊은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표현의 문법적 구조와 어휘의 뉘앙스를 정확히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카이의 질문을 진심으로 반기며 설명해 주었습니다. “‘a doctor’는 많은 의사 중에 한 명이라는 뜻이야.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을 때는 ‘a’를 붙여. 그리고 grown-up은 단순히 키나 몸이 큰(big)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할 일을 책임지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카이의 엄마, 아빠 같은 독립적인 어른을 말해요.”
카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정리해 말했습니다.
“아~ 그러니까 grown-up은 그냥 큰 사람이 아니라 어른다운 어른이구나.”
이처럼 탐구형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입니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도 그 의미와 맥락, 구조까지
스스로 납득해야 제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질문은 아이의 배움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자기 주도형(탐구형) 아이들은 배울 준비가 되었을 때 질문을 시작합니다.
“왜요?”,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뭐예요?”, “이건 영국 말과 미국말이 왜 달라요?” 같은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이해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부모나 교사가 꼭 완벽한 답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질문을 반기고, 함께 탐색하는 태도입니다.
“그건 좋은 질문이네. 우리 같이 찾아볼까?”
“그건 엄마(아빠)도 잘 모르겠어. 내일 선생님께 물어보자.”
이런 반응만으로도 아이는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며 더 깊이 사고할 수 있습니다.
카이의 부모님은 처음엔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에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어 그림사전을 함께 찾아보거나, 영어 동화책을 한 문장씩 읽으며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쌓이자, 오히려 아이와의 소통이 깊어지고 영어에 대한 흥미도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왜 이건 이렇게 말해요?”라는 아이의 물음에
“그건 문장 구조 때문이야.”
“영국에선 다르게 표현하더라.”
이처럼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카이는 만족했고,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영어 활동
주기 주도형(탐구형) 아이와 영어를 함께할 때는 ‘양’보다 ‘깊이’가 중요합니다. 아래와 같은 활동을 통해 아이의 사고를 존중하는 영어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1) 이야기 확장 활동 – 오픈 엔딩
영어 그림책을 함께 읽고 나서 아이에게 질문해 보세요.
“이 이야기에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어디야?”
“마지막 장면을 너라면 어떻게 바꾸고 싶어?”
아이의 상상과 사고를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습니다. 아이나 부모님이 영어로 표현이 어렵다면 한글로 묻고 대답해도 괜찮습니다. 다음날에 선생님께 물어보거나, 알림장에 남겨 두시면 선생님이 답변을 해주실 거예요.
2) 질문 노트 만들기
아이가 평소 궁금했던 표현이나 단어를 작은 노트에 적어두게 해 보세요. 하루에 한두 가지씩 함께 찾아보고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의 탐구력과 언어 감각이 함께 자랍니다.
3) 단어 비교 놀이
비슷한 뜻의 단어를 비교하며 상황별 사용법을 알아보는 활동입니다. “같은 말인데 언제는 look이고, 언제는 see일까?”와 같은 질문은 사고력과 어휘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습니다.
1. look vs. see :
look: 보려고 노력할 때 (의도 있음), see: 그냥 보이는 것 (우연히)
� 문장 예시:
Look at the bird! (저 새 좀 봐!)
I see a rainbow! (무지개가 보여요!)
�놀이 방법:
아이와 함께 여러 그림 카드를 준비해요. 부모가 그림 하나를 숨기고, 아이에게 말해요:
→ “Look behind the book!”
그림을 찾으면, 아이는 말해요:
→ “I see a cat!”
서로 역할을 바꿔서 해보면 더 재미있어요.
2. say vs. tell
say: 말하는 행위 자체, tell: 누구에게 무엇을 말할 때
� 문장 예시:
Say “thank you.” (“고마워요”라고 말해보세요.)
Tell me your name. (네 이름을 말해줘.)
� 놀이 방법:
역할놀이를 해요. 인형이나 동물을 이용해요.
부모가 물어요:
→ “Can you say ‘hello’ to the bear?”
→ “Can you tell the bear your favorite food?”
아이가 인형에게 말하면, “Great job telling him!”
3. happy vs. excited
happy: 기분 좋은 상태, excited: 신나고 두근두근한 상태 (더 감정이 크고 활동적)
� 문장 예시:
I feel happy when I eat ice cream. (아이스크림 먹을 때 기뻐요.)
I’m excited to go to the zoo! (동물원 가는 게 신나요!)
� 놀이 방법:
감정 그림 카드를 준비해요 (happy, sad, excited 등).
아이에게 표정을 지으며 묻기:
→ “Am I happy or excited?”
상황을 말하고 질문해 보세요:
→ “You get a new toy. Are you happy or excited?”
아이가 감정을 골라 말해요. 감정 연기 놀이로 확장해도 좋아요!
질문은 ‘성장의 시작’입니다
탐구형 아이는 단순히 외우는 학습보다, 스스로 이해하고 정리하며 배우는 과정을 통해 더 깊이 성장합니다. 반복 암기나 속도 중심의 학습은 이 아이들에게 동기를 주지 못합니다. 그 대신 질문하고,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배움이자 성장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