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안을 달래주는 것들.
나는 나에게 공황 장애와 사회 불안 증세, 이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각각의 병마다 증세가 섞여있다. 그렇다고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모든 증세를 전부 겪고 있지는 않다. 그중에 내가 겪고 있는 건 일부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의사가 아니다 보니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이 있다면 하나의 장애와 하나의 병이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발병한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떠한 특정한 사건으로 처음 피해를 입은 사람은 신체적인 피해만 입는 게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도 입기에 둘 다 치유해야 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이 두 가지 병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문제점은 과도한 불안이다. 불안은 사람에게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그 불안의 크기가 너무 커서 문제였다. 불안하면 어떠한 분야를 도전해서 일을 하든지 간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스피킹, 노래, 춤, 연기, 발표, 운동 등등... 현장에서 '자신의 신체'를 사용해서 실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일을 해야 되는 일이 생기면 몸이 굳고 레퍼토리를 까먹으며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고 과호흡이 오고 때로는 기절을 한다. 연습하고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다르다. 내가 연습하고 노력한 것이 결과물로 나와있다. 한마디로 준비하고 그에 맞춰서 한 노력을 하는데에 내 결과물만 보여주면 되지 즉석에서 신체를 움직일 필요가 없다. 진행 과정을 구현해 낼 필요가 없다.
아마도 공황 장애와 사회 불안증에 가장 큰 벽은 결과물을 현장에서 진행해서 완성하는 것을 함께 구현하는 일이다. 즉, 결과물을 제작하는 과정을 사람들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면 나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도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을 작품이라고 해보자면 노래의 시작과 중간 과정 그리고 마무리까지 완성해야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인데 글쓰기와 그림을 제작하는 일은 시작과 중간 과정을 대중에게 보여줄 필요 없이 마무리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직업은 창작가라고 감히 주장하는 바이다.
그래서 다시 즉석적이고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사람들의 시선과 압박감을 못 견디는 사람에게 글쓰기와 그림을 그리는 일은 진행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도 결과물로 현장에서 펼치지 못한 나의 생각과 상상 그리고 실력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창작으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었다.
창작은 나를 치유하고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