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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밭 멍상

by 김지숙 작가의 집


몽돌밭 멍상




얼마나 아팠을까

깨어지고 아물고

뭉툭해져서

그 아픔

다시 무디어질 때까지

그 세월 다 비켜 보내는

저 능란한 몸짓

떨어져 나간 자리마다

상처도 매끄럽다



낚시를 자주 간다 하지만 고기를 낚아 올리기는 일 년에 한두 번, 낚시는 거의 하지 않는다 생명체를 살리는 것이 더 좋은 나는 잡으면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그냥 돌려보낸다 대신 가만히 앉아 바다를 바라거나 혹은 자갈밭에 파도를 따라 움직이는 몽돌을 바란다

가덕도를 자주 간다 두문 몽돌밭에 앉아 거가대교에서 일몰을 바라는 일은 한동안 일상이 되었다. 그 오랜 일상 동안 내가 한 일은 몽돌밭에 앉아서 바다와 무언의 대화하는 일이었다.

바다를 정말 좋아했다. 특히 파도치는 변화무쌍한 바다를. 요즘 그런 바다를 보고 있다. 그런데 이곳 바다는 대체로 급격한 굴곡이 있는 모래사장이다 센 파도의 영향인 것 같다 한동안 내가 자주 가던 남해 바다와는 꽤 많이 다르다

몽돌이 오랜 파도에 쓸려 오르내리며 거품을 품어낸다 한 자리를 오르내리며 겪는 생의 고통 같기도 하다 낭중지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몽돌을 보면 늘 생각났다. 세상 살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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