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 하라

by 김지숙 작가의 집

지금 이 순간에 하라



덤이란 그 위에 무엇을 좀 더 얹어 준다는 의미이다 어떤 것이 지니는 가치 보다 조금 더 많이 값을 쳐서 받는다는 뜻이며 이에는 주는 자가 여유와 인심을 담아 마음으로 베푼다는 뜻이기도 하고 은연 중 단골을 맺자는 결의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진 자의 소소한 호의에 해당되는 이 덤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자극제로 작용된다 끼워 팔기 1+1 나아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있다 계속 잉크를 팔려고 프린터를 덤으로 주거나 커피믹스를 팔기 위해 포터를 주는 경우 화장품을 팔기 위해 고가의 가방을 덤으로 줘 소비제를 팔기 위해 소비기구를 덤으로 주는 일은 이제 생활주변에서 허다하게 일어나며 놀랄 일도 아니고 삶 속을 이미 파고들었다

출퇴근 길에 커피를 사면 열번 사면 한잔 더 주는 쿠폰, 오픈 기념행사라며 한 잔을 사면 한 잔을 덤으로 준다거나 옷을 하나 사면 하나를 더 주는 덤은 더 잘 팔기 위해 혹은 재고처분을 위한 용도로 혹은 다양한 이벤트로 사용되지만 우리같은 소시민은 크고 작은 선물로 여긴다

예전에 오일장에서는 물건을 뒷박 위에 꾹꾹 눌러 산처럼 쌓아 올려 팔았다 인정이 넘쳐흐르는 그 맛에 힘들어도 단골을 자처하며 찾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되에 수북이 올려 팔던 물건은 반쯤 깎기더니 조금 남기더니 최근에는 아예 그램을 정하여 더 넣지 않거나 비닐봉지 위를 묶어 판다 또 한 때는 겉보기는 수북이 올려놓고 파는데 되박 아래를 텅비워 손님이 사면 잽싸게 검은 봉지에 붓고 빵빵하게 부풀려서 묶는데 사는 사람은 예전의 그 양인줄 알지만 집에 가서 열어보면 실제로 돈값을 못하는 야바위꾼에게 속기도 했다 한두번은 속지만 당해 본 사람들은 더 이상 더 이상 이런 물건을 사지 않자 사라졌다

무심코 한 상점에 갔는데 상인이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면 그냥 나오기가 뭣해 이것저것 사고 물건을 덤으로 받아 기분 좋게 집으로와 펼쳐보면 물건상태가 엉망인 적도 있다 친절하고 상냥하던 덤으로 받은 그 마음이 <단골 맺자는 마음이 아니라 호구삼자>는 의도리는 것을 알면 발길을 하지 않았다 진심이 아니면 외면당하는 것이 당연지사이고 차라리 저울이 낫고 그나마 중간 갈무리되는 매장을 찾곤 한다 저울조차도 믿기지 않고 택배로 받은 물건을 집저울로 재곤 한다 소비자도 스스로를 지키려는 방식으로 덤에 대한 환상을 제거하는 셈이다

식당에 가서도 무언가가 부족했다거나 서운했다거나를 말하면 주인은 <다음에 오면 잘해 줄게요>라고 답한다 처음에 그 말을 믿고 다시 그곳으로 찾지만 식당주인은 자기가 한 말은커녕 잠시 머무는 동안 몇 번도 나가는 손님 등에 대고 이 말을 하는 주인을 목격했다 물건이 좋고 믿음이 가면 친절하지 않아도 다시 간다 만에 하나 소홀했다면 당장 그 순간에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마음을 다해 사과를 하면 될 일인데 굳이 다시 오면 해결하겠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손님은 바보도 호구도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비슷한 업종이 있다 지금 당장 소홀하고 잘못하는데 다시 가서 같은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고 두 번 갈 마음은 아예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2024년 1월 기준 552만 8천 명이며 경제인구의 다섯 명 중 한 사람이 자영업자이다 한 점포당 30-40명이 그 점포를 찾는데 대형매장을 찾는 사람이 소상공인 점포의 수십 배 수백 배가 넘고 온라인 매장의 수는 더욱 만만치 않으며 점포 형태를 갖추지 않고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실제 점포당 손님수는 더 적어 버티기 힘든 곳이 소상공인의 매장이다

규모가 작아도 신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상점을 찾고 만족한다면 덤으로 단골이 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상점에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무언의 압력을 느끼며 물건을 사거나 혹은 음식점에서 맛도 없는 음식을 먹고 나오면 뒤통수에 대고 하는 말이 <다음에 오면 잘해 줄게요 꼭 오세요>라고 덤으로 인사한다 말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 진심을 담은 말은 차라리 계산대에서 일분일초라도 손님의 눈을 바라보며 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가게에서 파는 물건 속에 이미 넣어 손님이 느껴야 한다 덤을 남발하는 사람심리는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진심없는 말은 상대에게 먹히지 않는다 제 가치를 더 얹어 받기는커녕 도리어 덜어낸 제 가치를 입으로 변명하기 바쁜 대접을 받은 손님은 바가지를 쓴 것인데 그 마음을 다음의 덤에 얹어 기약하며 다시 오라는 그 심리는 욕심을 넘어 호구라 여겨는 기분이 들 뿐이다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사람에게 다른 의미로 덤이 나타난다 이들은 세상을 판단하는 시야가 더 깊어지고 이해력이 넓어진다 왜냐하면 인생을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기에 사는 것에 대한 여유를 갖기 때문이다 이처럼 덤의 매력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없는 덤은 입안에서 모래알이 씹히는 것처럼 무미건조하고 모두 다 내뱉고 싶어지는 불편함과 유해함이 가득하다 덤은 덜어냄에 대한 더함이 아니라 적정치에 진심을 더한 것이고 그 진심이 전달되어 상생의 기운이 생겨난다

당나라 <배도전裴度傳>에 따르면 한 번의 실수는 싸움에서 늘 있는 일이라 자기 탓을 할 일이 아니지만 두 번 세 번 속는 일은 자기 잘못으로 자신을 탓해야 한다 덤은 덜어 낸 것에 대한 더함이 아니다 사고 팔는 관계에서 상대를 어떻게 여기느냐에는 마음이 담긴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불손한 의지를 담거나 미래를 호명하는 순간 상대는 호구가 되어버리고 그 관계는 끝난다

덤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하라 덤에 미래를 섞지 마라 <다음에 오면 잘해 줄게요> <다음에 만나면 내가 밥 살게> <열 번 사면 한 번은 무료>라는 덤을 남발하는 순간 그곳으로 가는 발걸음은 끊기고 다음을 기약하는 그 말에 신뢰도 사라진다 설사 속는 셈 치고 다시 간다고 해도 그 말이 마음이 없는 텅빈 메아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더 깊은 배신만 자리 잡는다 살면서 찾아보면 자신이 가진 숨은 덤이 구석구석에 있다 이를 찾아 현명하게 현재에 운용하여 여유있고 지혜롭게 처신한다면 지금 이순간에도 팍팍한 현실에서 온전하게 살아남을 거라고 믿는다 잘 살고 싶다면 부디 덤에 미래를 기약하지 마라


사진제공 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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