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인연

by 김지숙 작가의 집

또 하나의 인연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성향을 파악하면서 나름대로 이에 대한 대처하곤 한다 때로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서서히 멀어지거나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보내는 방법을 택하면서 내심 유익하고 맘 편하고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하거나 그런 사람을 만났을 경우 가까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인지 모른다

인간관계에서는 첫 대면부터 좋거나 싫은 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몇 마디 말을 건네다 보면 그 사람의 심리나 가치관 사고방식 등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상대를 파악하고 피하는 방식을 택하곤 한다 그래서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혹은 어떤 단계를 거쳐서 판단하고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문제는 심리적인 거리와 사회적인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문으로 듣던 사람이을 직접만나거나 글이 책 등으로 만난 사람을 실제로 대하면서 글이나 책을 통해 느낀 점들과 다르지 않거나 다르다는 점 등을 느끼는 경우이다

글을 보면서 공감을 얻고 애독자가 되었지만 실제로 대화를 하고보면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시를 읽으면서 그런 경우는 자주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시인은 수많은 퍼스나를 가지며 그 시는 그 시를 쓴 시인의 퍼스나 중 하나이거나 바라는 바의 퍼스나일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의 경우 제목에서부터 강한 끌림이 들어 본문을 다 읽기도 하고 자신과 맞지 않으면 몇 줄 읽고 그치기도 하고 읽다 보니 내용이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가치관과 일치한다면 오래 묵은 친구처럼 대체로 오랜 세월을 곁에 두고 그 책들을 혹은 그가 쓴 글들을 읽기도 한다

사람은 스스로를 지키려는 동물적 본능이 존재한다 하지만 물질문명으로 그 본능이 촉을 잃어갈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선입견이라는 말처럼 처음인데 오래된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혹은 처음 만남인데도 마치 오래전에 내게 해악을 끼친 사람의 그림자를 보는 순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감정들기도 한다

오래된 친구와 혹은 좋은 친구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잘 지내는 친구들과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안한 일정 거리를 둔다는 점이다 이들 관계 속에서는 왠지 인연이라는 의미로 이를 지속하곤 한다 그것은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은 공통된 관심사와 공감대 형성이 기반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리라

어떤 사람과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가 그 사람을 결정하지만 그러한 존재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관계의 인연이 맞물리고 연결되고 얽혀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게 된다 나의 존재가치 또한 타인에 대한 나의 기여 역시 이에 포함된다

모든 만남이 그렇듯이 우리는 참 다양한 인연으로 엮인다 만날수록 서로에게 해악을 주는 인연 잠시 화려하게 다가와서는 일순간 그 마음이 사그라드는 불꽃같은 인연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무맛 무의미의 인연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하는 인연 이러한 수만가지의 인연들이 뒤범벅된 채로 이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삶이다

이는 진실한 인연과 잘못된 인연으로 구분되며 진실한 인연은 세월이 갈수록 빛을 발하지만 잘못된 인연은 세월이 갈수록 서로를 피폐하게 만든다 동시에 이러한 인연을 오래 끌수록 살아남는 자는 더욱 강하고 약한 자는 점점 더 피폐하고 작아지고 어느새 죽음의 길을 들어서기도 한다 잘못된 만남 잘못된 가스라이팅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문제는 잘못된 인연이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경우인데 이는 부모 자식 관계 부부관계일 경우 그 성향은 더욱 강하다 좋은 인연일 경우에는 한없는 축복이지만 예상치 못하게도 어떤 이유로 틀어지면 원수가 되기 십상이다 <유산을 남기면 형제가 원수가 된다>는 말들을 왕왕 하기도 하고 <돈 앞에서는 남아나는 인연이 없다>고들 한다 경험한 바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슬픈 일이고 그런 현실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고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인연들이 더 많다 우리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이미 어떤 상황에 대한 미래의 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찾아내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더불어 잘 지낼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그리고 상대와의 지켜야 할 선을 어디쯤 두어야 하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문제의 답도 해결책도 내게 있다는 점을 깨닫는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든 것을 내탓이라 여기는 마음을 이해하기까지도 오랜 세월을 보낸다

그런데 그것을 잘 알 수 없지만 어느 선을 넘어오거나 넘어가면 불안을 느끼거나 회피하거나 하게 된다 애써 잘 지내려고 노력할수록 더 힘들어지고 놓지 않으려 애를 쓸수록 더 멀어진다면 상대가 관계를 놓으면 이미 인연이 다한 관계이니 상대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직감적으로 느낀다

이는 어떤 혈연이든 아주 오래된 지연이든 개의치 않고 그 관계에 연연해하지 말며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어도 뒤돌아보면 좋은 사람이고 나와 좋은 인연이었다면 다시 회복되는 순간이 오면 반갑게 맞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말은 쉽지만 마음으로는 그게 쉽지 않다 불교의 경전에 따르면 우주만상과 인간만사는 인연 따라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진다 서로 인사한마디 건네는 것(諸法從 緣生. 諸法從 緣滅)도 인연이 있어야 하고 잠깐 나무 아래서 비를 피나는 만남도 전생의 억천만 겁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연이라 한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고 안타깝게 헤어진 인연이라도 그 때에 이르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 또 만난다고 늘 그 상태로 있는 게 아니고 더 가깝거나 어느 거리를 두고 더 멀어지기도 하는 유연한 관계의 정도가 작동한다

간혹 멀리 있다거나 가까이 있다거나와 무관하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늘 그 자리에 있어 언제나 되돌아가 만나도 반가운 인연이 있다 피붙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주고받은 것도 없는데 늘 따뜻하게 다가오고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다

남녀 불문하고 그냥 사람으로 같은 하늘아래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말이 통하며 서로에게 심적으로 의지가 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선물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건 어쩌면 살면서 받는 값을 책정할 수 없는 선물이거나 행운이다 나의 인생에 진심인 사람이 바로 곁에 존재한다면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인연이고 이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또 하나의 인연은 이런 것이 아닐까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관심을 보내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인연 이런 인연 또한 시절 인연이 아닐까 순간 순간 내가 힘을 얻고 내게 힘이 되는 멀리 있지만 가까운 한 공간에서 마음을 나누고 잇는 더 없이 고운 인연은 아닐까




사진제공 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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