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 봄봄』
떡국
새해 새 아침 첫 끼니로
떡국을 먹는다
희고 깨끗하게 살라고
해마다 한결같이 떡국을 먹는다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동동 띄워
따스한 목 넘김으로
배가 부르도록 떡국을 먹는다
허급지급 먹지 말고
천천히 먹어야 나이도 천천히 든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때때옷 입고 고향집에 모여들어
사람들은 내내 이야기 보다리를 연다
설은 우리 민족이 한 번에 가장 많이 이동하는 날이다 그나마 나라땅이 좁으니 몇 시간이면 이 땅 안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일가친척이 모두 종가로 모여들어 윷놀이도 하고 떡국도 먹고 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옛날 같지 않다 낚시터나 바닷가에서 캠핑카에서 설을 보내기도 하고 좀 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나가고 동네가 텅 빈 경우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정동진 바닷가 펜션은 대부분이 살림을 하는 사람이거나 근처 노동자들이 많아 설 연휴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솔직히 너무 조용하고 밤이면 깜깜해서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서 연휴가 시작되면 서둘러 집을 빠져나온다
거리에서 가끔 때때옷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을 본다 이들은 갓 결혼한 새댁이거나 꼬꼬마 아이들이다 요즘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보려면 오히려 전통 관광지에 가면 사진 찍는 장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무심히도 흘러 이제는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새해가 정말 깨끗한 때 묻지 않는 날로 시작될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세상이 아무리 험난해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좀 더 슬기롭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얼음이 얼고 눈이 내려도 봄은 오듯이 아무리 얼음장같이 추워도 따뜻한 날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새해 새 아침 장독대 위에 놓인 백설기나 식혜 팥고물이 풍성하던 시루떡 커다란 제사생선고기며 문어산적 강정 약과 같은 음식들이 꼭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서인지 이맘때면 소중히 아껴둔 것들을 챙겨 고향으로 달려가곤 하던 때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