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그릇



그릇을 모으는 사람이 있다

투박한 질그릇을

단단하고 커다란 옹기를

접시를 자신처럼 아끼는 사람도 있다


맹목으로 모으는 사람들은

왜 모으는지 이유를 모른다


넉넉한 마음을 담고 싶은지

얄팍한 마음을 펴고 싶은지

거대한 뜨거움을 나누고 싶은지

그런 간절함을 갖고 싶은지

자신만 모른 채 자꾸 그릇을 모은다


제 갖고픈 마음자리처럼

그 생긴대로의 그릇을 품에 안고

스스로 그런 그릇이 되어간다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실팍하게

온 마음을 비우는 그릇이 아니라

그 그릇의 크기만한

마음을 담는 그릇이 되어간다




어떤 집을 가든 그 집의 그릇을 보면 집주인의 마음이 보인다 어떤 이들은 사발에 어떤 이들은 접시에 이들은 술잔에 공을 들인다 접시 높이 만큼의 술잔 크기만큼 본인들의 마음이 그곳에 잘 담기는지 알지 못한다

이빨 빠진 그릇들이 식당 앞마당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다 아무리 비싼 그릇도 이빨이 빠지거나 금이 가면 그릇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릇의 노릇은 끝이나고 나름의 제2의 생을 살게 된다

그릇은 담기보다 비우기가 더 어렵다 밥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다 비운다면 의외로 간단하지만 밥상에서 다 비우지 못한 내용물이 뭐든 버리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비워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의 삶도 인간관계도 엮기는 쉽지만 끊어 버리기에는 정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주워 담기는 쉽지만 정리하기는 어려운 것이 너무 많다

그릇이 없어 곤란한 경우를 겪어 보면 그릇의 용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안다 뚝배기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접시가 종지가 대접이 밥공기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대체 가능한 것들도 있지만 대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가급적 두루 사용 가능한 그릇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각각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성격 차이이고 가치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릇에 된장을 담으면 된장 그릇이 되고 차를 담으면 다기가 된다 사람도 자신의 마음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서 종지 같은 마음이 되기도 하고 집채만 한 마음이 되기도 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때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고 세월 속에서 달라지기도 한다 지금 나의 마음 크기는 얼마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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