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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 않은 나
18화
신이 나를 만들때
단점이 아니라 개성
by
이지은
Aug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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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게임에서는 직업을 고른다.
전사 마법사 힐러 같은거다.
뭘 고르든 다 장단이 있다.
전사는 안전한 대신 전투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마법사는 화려한 마법으로 대량학살을 할 수 있는 대신 방어력이 낮다. "사랑과 정의의 내 이름은 요술공주 세일러 문,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같은 변신주문을 시전했다가는 자기소개도 하기전에 맞아죽을수 있다.
힐러는 인기가 많은 대신 혼자 있으면 바보가 된다.
사람 사는 것도 비슷한것 같다.
한때 유행했던 '신이 누구를 만들 때' 란 그림을 보면
신이 인간의 특징을 결정하는 그릇에 이것저것을 넣어 인간을 만드는데
늘 손이 미끄러져 뭔가를 콸콸 쏟거나
뭘 넣는 것을 깜빡하는 장면이 꼭 들어간다.
그만큼 모든면이 완벽한 인간은 드물다는 뜻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슴을 만들 때는 왈칵 쏟아진 것 같은데
기억력을 넣는 것은 깜빡하셨나 보다.
내 기억력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
며칠 전 남편이 메멘토라는 영화를 자기만 못 봤다며 보고 싶다고 하길래
이런 명작을 아직도 안 봤냐고 나는 진작에 봤다며 한참을
놀려줬다. 그런데 나도 기억상실증과 문신 빼고는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 정도는 영화 안 본사람들도 다 알고 있어!)
그래서 남편과 함께 다시 봤다.
아니! 이렇게 새로울 수가?
최신 개봉 영화가 따로 없네?
마지막 반전에는 뒤통수가 얼얼하더라.
심지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남편이 설명해줬다.
메멘토가 나다 나.
머리숱도 좀 균등하게 넣어주시지
뒤통수는 어찌나 빽빽한지
드라이를 좀 대충 하면 뒤통수가 꿉꿉하니 버섯이 자랄 판인데
정수리는 또 살짝 한가롭다.
당신은 어떤가?
신이 당신을 만들 때는 어떤 실수를 한 것 같은가?
당신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불만이고 그 부분이 어떻게 바뀌길 바라는가?
균등한 머리숱에
적당한 기억력에
보통의 가슴을 가진..
그 외에도 좀
이상하다 싶은 백만 가지를 싹 다 고친 나를 떠올려본다.
....... 누구냐 넌?!
모두가 자기만의 고유함을 가지고 태어난다.
공장에서 찍어낸 로봇이 아니니
당연할꺼다.
다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난다면 요리사니 미용사니 직업도 의미가 없을 테고 세상은 또
얼마나 심심할까?
특성이 하나밖에 없는 게임처럼 말이다.
자고로 RPG 게임은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모여 팀워크를 이룰 때 더 재미나지 않던가?
뒤통수
머리숱만
많으면 어때?
적어도 최악의 상황에서 모발이식에 유리하잖아!
(내 모발 창고 뒤통수)
기억력 좀 나쁘면 어때?
재미난 영화를 몇 번이고 새것처럼 즐길 수 있잖아!
내가 나로 존재하기에 이 세상이 재미나다.
오늘은 이렇게 올록볼록한 내 모습을 인정해보는건 어떨까.
당신도 한번 외쳐보라!
[ ]하면 어때?
적어도 [ ] 할 수 있잖아!
신은 실수 하지 않는다.
당신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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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순전히 노력으로 아이를 사랑할 수 있게된 엄마. 그 우여곡절의 여정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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