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5
흔히 말하기를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들 합니다.
100% 공감합니다. 그리고,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사회초년생 시절에 갓 입사한 신규직원들은 출발선에서 곧 튀어나갈 준비를 하는 100m 스프린터 같습니다. 모두가 의욕적이고, 어떤 일에도 적극적으로 달려듭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과 몸가짐은 얼마가지 않아 사무실(혹은, 다른 근무지) 안팎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그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봅니다. 만약 신입직원의 마음가짐으로 계속 직장생활을 한다면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앓아눕거나 그곳을 떠나야 할지 모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일도 관계도 익숙해지고, 긴장되었던 환경도 편안해지며 각자의 페이스가 나오게 됩니다.
제 다른 글(https://brunch.co.kr/@4cafa99c5c8a4d5/87)에서 '케이던스'에 대해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달릴 때에 얼마나 자주 발을 내디디느냐'를 측정하는 것인데요. 그 케이던스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서 너무 낮으면 속도가 느려지고 발을 디디는 시간이 길어져서 발과 다리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그 반대로 케이던스가 너무 높으면 속도가 빨라져서 기록 단축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그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 모두 과한 경우에는 부상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직장생활의 케이던스는 어떠신가요?
첫째, 매일 쏟아지는 업무와 야근에 시달려서 퇴근 후에도 지쳐서 곯아떨어지기 바쁘다.
둘째, 업무는 내가 알아서, 워라벨(Wok-Life balance)은 기본 아닌가?
많은 분들이 전자와 같이 허덕이며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뉴스나 SNS 등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도 대부분 숨 막히고 힘든 현대인들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슬프네요. 하지만, 만약에, 여러분이 직장에서 10년 차가 넘었는데 이와 같은 케이던스를 취하고 있다면, 심각하게 자신을 돌아보셔야 할 겁니다.
42.195km라는 긴 거리를 100m처럼 달려온 당신은 이미 번아웃(Burn-out) 되어서 몸과 마음에 경고등이 발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업무는 물론 내 삶에 새로운 동력을 찾기 어려우며, 주어진 숙제를 이겨내기에 급급한 하루하루를 억지로 보내고 있을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못하겠다"라고 나자빠질 수도 있지요. 이런 경우는 여러분은 물론 직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길을 갑니다. 일이란 회사에서 주어진 것만, 업무시간은 계약서에 나와있는 바와 같이 하면 됩니다.
"회사는 직장이고 나는 내 생활이 엄연히 따고 있다. 회사를 위해 왜 내가 희생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직장생활이 재미없고 그 안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어렵습니다. 다른 직장은 여기와 다를 것이라는 불확실한 희망에 여기저기 구직 사이트를 전전합니다. 긴 장거리 경주를 달리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코스를 이탈하는 등 레이스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 역시 자신과 직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직(移職)도 많고, 창업(創業),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개인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트렌드에서 과거와 같은 '직장윤리'를 직원들에게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은 서로서로 존중하고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들이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직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키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또한 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위해 각자의 자격과 경력, 주어진 역할과 지위에 맞게 일을 수행하는 속도를 알아야 합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일으켜서 단숨에 끝내야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100m, 200m 달리기), 오랜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사업을 준비하고 다져서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10000m 달리기, 마라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단거리도 장거리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 경우에 '내가 지금 단거리를 달리는구나'라거나, '이건 숨을 고르면서 해야 하는 일이야' 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판단을 하게 되면 일을 하는 것도, 내 생활과 조율을 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반대로 이것이 안되면 일과 생활이 뒤죽박죽이 되고 지금은 물론이고 잘못하면 앞으로의 인생도 꼬이게 됩니다.
직장생활은 단거리와 장거리를 번갈아가며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쳐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역할과 일의 속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케이던스와 페이스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지금 '질주(疾走)'만 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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