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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쓰 Jun 10. 2024

#10. 아빠, 그곳은 어떤가요

2022년 8월 10일의 끄적임

대학교 내 변리사 시험준비반에서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스터디를 하고 돌아오니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가 8통 정도 찍혀있었다. 집이었다. 

공부하고 있을 거 뻔히 알면서 무슨 급한일이라고 이렇게 전화를 많이 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는 짜증섞인 말투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왜, 급해?" 

"언니, 아빠가 돌아가셨데, 빨리 집으로 와" 

울음섞인 동생의 전화는 마음에 전혀 와닿지 않았다. 


"설마....진짜라고?"

집으로 가는 짐을 싸는데, 변리사 시험 수험서를 챙길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가는 지하철에서는, 우리 아빠가 그럴리가, 이 정도면 너무 드라마 아닌가, 라는 생각과는 달리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집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랑 동생은 두 손을 맞잡고 있었고, 눈들은 벌게져 있었다. 중국에서 사업하시는 아빠를 보필하겠다고 간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사인은 심근경색. 


사촌오빠의 손을 잡고 명동에 있는 중국대사관에 가서 부랴부랴 비자를 받고,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갔던 것, 도착했을때 아빠 장례식이 치뤄지고 있었던 것, 장례식장에서 쪽잠을 자는데 흐려지는 뒷모습의 아빠를 보며 "아빠~~"라고 부르다가 깼던 것, 화장하기 전 곱게 차려입은 아빠의 모습 등이 나에겐 장면장면으로 각인되어 있다. 


특히 그 중,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이 있다면, 중국에서 3일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3일장을 치르기 위해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 가족을 위로해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어주었던 것이다. 아는 사람들 얼굴을 보니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장례식장에서도 많이 울었지만, 변리사 시험 준비반으로 돌아와, "괜찮아?"라는 친구의 위로에 "나 사실 하나도 안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정말 펑펑 울었다.   


벌써, 아빠의 장례식을 치른지 15년이 다되어간다. 

매일매일 슬픔에 젖어있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아빠의 빈자리에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이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불쑥불쑥 아빠가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다. 


동문인 남편과 연애 중에 데이트 한답시고 모교를 방문했던 날, 변리사 시험 공부한다고 방학 중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 기숙사에 짐을 옮겨주시고, 아빠와 엄마와 갈비탕을 먹으며 식사했던 정문 근처에 음식점을 보니, "그 어려운 공부를 할 수 있겠어? 대단하다. 한번 해봐~"라고 말했던 아빠 생각이 났다. 


결혼 전, 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가는날, 아빠와 연배가 비슷하신 시아버지의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니, 아빠가 살아계시면 저런 느낌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아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변리사 동기 부친상으로 인해 장례식장에 갔을때, 동기들이 바글바글한 장례식장을 보며, 우리 아빠는 내가 변리사 되는 것도 못봤구나, 변리사 된 이후에 돌아가셨으면, 조금더 장례식장이 왁자지껄했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혼식 사진에 아빠의 자리에 삼촌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어색하다. 


남편과 처음으로 아빠 납골당에 갔던날, 아가와 함께 처음으로 아빠 납골당에 갔던날, 이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눈물이 났다. 


시시콜콜 모든 걸 기록할 순 없지만, 그 외에도 아빠가 생각나는 순간은 참 많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글을 읽다가도, 아기와 놀아주는 남편을 보다가도, 문득문득 아빠 생각이 난다. 

예전 대학생 때의 슬픔은 아빠가 없는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막연함이었다면, 오히려 요즘의 슬픔은 나, 또는 우리 가족의 시시콜콜하지만 소중한 삶을 아빠와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것 같다. 


내 기억에, 우리 아빠는, 타인을 생각하고, 가족을 배려하며, 가끔 트는 에어컨 바람과 단팥빵 하나에 행복해할 정도로 소박하고,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좋은 어른이었다. 

한편으로는, 좋은 어른인 우리 아빠가 계시는 그곳은 어떤지 궁금하다. 

평안함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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