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도 벌써 하는 셋째 고민
지금 시간 8시 반. 졸리고 몸이 모래주머니를 단 것처럼 무겁다. 아기는 잘 크고 있다. 오늘은 1초지만 잠깐 혼자서 아무것도 잡지 않고 서있었다. 이유식도 점점 더 잘 먹고, 귤을 좋아한다. 저녁 시간에 귤 하나 다 먹었다.
며칠 전부터 아기가 저녁시간에 자기 전에 꼭 책을 같이 읽던지 대화를 더 하던지 같이 노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는데, 너무 피곤했다. 임신해서인지, 나이가 들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까꿍 책을 샀는데 일단 다른 책들과 달리 아기가 오래 쳐다봐서 좋다. 사실 내가 더 재밌어하는 것 같다. 색깔이 다양하고 직관적인 아기 책, 딱히 뭘 더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아기책, 간단하고 재미있다.
어쩌자고 연년생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더 나은 방안이 생각나지 않는다. 더 기다린다고 육아가 쉬워질 것 같지 않아서 그렇다. 얼른 낳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개차반 같았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한심하지만 빨리 아이를 낳는 모습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냥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냥 나의 현재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딸이다. 첫째와 둘째 둘이 엄청 싸우면서도 꽁냥꽁냥 자매로 자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남편이 큰 아들이라 아들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 낳자고 셋째를 낳자니, 그건 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년생 자매로 짧고 굵게 키우면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피곤하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아직 살 만한지, 셋째는 아들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셋째가 만약 딸이라면 셋째가 억울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셋째를 낳을지 말지는 입시 결과에 따라 달려있지 싶다.
사실 셋째를 생각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외로운 이민 생활에 있다. 직업을 가져도, 교회를 다니고 커뮤니티를 이뤄도, 워낙 개인주의적이고 가족중심적인 문화이고 이사를 하면 거리가 아주 멀어지다 보니, 가족 말고는 아주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가지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 이미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이민 와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것도 있고. 하지만 이런 외로움은, 아이를 더 가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아이는 부모의 친구가 아니다. 다만 아이가 셋이 되면 정신이 없고 걱정이 많아지니 그런 외로움에 쏟을 시간이 적어지기는 하겠다.
하지만 나는 사실 육아를 즐기는 타입도 아니다. 인내심도 부족하다.
학교 다니고 일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쏙 들어가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