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6 부엌에 뿅

낯선 인기척

by 다시

낮에는 항상 나와 아기 혼자 집에 있다. 아기 아침 식사 (요거트+바나나) 챙겨주고 내 아침을 만드는데, 느껴지는 묘한 인기척. 순간 무서움. 뒤돌아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눈길을 내려보니, 딸이 나를 보면서 헤벌레- 웃고 있었다. 원래 부엌에 못들어오게 펜스를 쳐놓는데, 내가 깜박하고 안해놨더니 부엌까지 들어온 것이다. 다음부턴 펜치는 거 빼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엌 바닥은 타일이라 아이가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 간담이 서늘했다. 그러면서 아기가 벌써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깨우러 갔는데 아기가 처음으로 앉아있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거 같고, 혼자 젖병을 물고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딸은 점점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간다. 기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이 아까운 시간을 면접 준비 등, 혹은 앞으로 어딘가에 합격한다면 공부하느라 놓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서늘하다. 아기는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확실한 건, 아이가 나와 보내는 이 중요한 시기들은 짧고, 독립해서 살아나갈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이다. 이 중요한 시기를 최선을 다해 보내되, 아이의 독립을 나도, 아이도 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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