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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테난조 Oct 09. 2024

Episode 1: # 아방가르드-독신세, 2화

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Episode 1:

# 아방가르드-독신세, 2화







3. 저출생인지 저출산인지, 아, 정말 이런 한 글자 차이로 엄청난 의미를 부여[14]하여 싸워대는 생산성 없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날 때부터 존재한 이 불공정한 세금, 독신세. 정말로 미치겠다. 물론, 대한민국을 포함해 대부분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이기는 하다. 하긴, 생각해 보니 독신세를 징수하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 적어도 내 기억에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독신세는 나 같은 남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과거의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혈통 집단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게 가능한 시절이 있었다니! 현재의 대한민국은 다른 인종과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혈통인 순혈인과 그렇지 않은 혼혈인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순혈인은 X(싱글 엑스)라고 부르고 혼혈인은 XX(더블 엑스)라고 부른다.      


“만나서 반가워, 난 XXa인데,

넌 XX? 아니면 X?”     


십 대 시절에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의례적[15]으로 묻는 이 첫 질문. 호구[16]조사 아닌 호구조사이다. 의례적? 전혀 아니다. 이 질문으로 앞으로 만남을 이어갈지 혹은 중단할지를 결정해서다. 혼혈인 또한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17]한다.      


XXa- 유럽계 혼혈인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러시아, 그리스 등)

XXb- 아시아계 혼혈인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몽골 등)

XXc- 아프리카계 혼혈인 (나이지리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XXd- 오세아니아계 혼혈인 (호주, 뉴질랜드 등)

XXe- 라틴계 혼혈인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등)       


놀랍지만 슬픈 사실을 하나 말해줄까? 모두 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임에도, 분명히 모두 다 한국인인데도, 출신에 따라서 서로 배척[18]하며 음해[19]한다. 또한, 출신에 따라서 일하는 직군[20]도 다르다. 소매업 관련한 산업은 대부분 XXc의 일터이다. 이제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 후, 물건값을 계산하는 점장 또는 점원이 XXc의 출신이 아니라면,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정보를 토대로 뇌의 후두부 중심으로 신경 연결 구조가 활성화된다.[21] 갑자기 웬 잘난 척? 그러니까 자연스레 의식의 한 뭉치가 머릿속을 강하게 때린다.      


“곧, 잘리겠네.

무슨 생각으로 다른 출신이 편의점에서?”      


XXc의 출신은 한눈에 보아도 흑인처럼 보이기에 구별하기 쉽다. 혹시라도 오해하는 건 아니지? XXc의 출신은 다른 혼혈인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들은 말이다. 소매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요한 산업을 점령했다.      


스포츠 산업     


이길 수가 없다. 이들을. 어느 종목을 경쟁해도 XXc의 출신의 탁월한 운동능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그들은 타조처럼 빠르고, 퓨마처럼 멀리 뛰며, 코뿔소처럼 단단하다. 물론, 스포츠 산업에 다른 혼혈인이 있기는 하다. 다만,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많은 XXc의 출신은 다른 혼혈인보다 부자이다. 항간[22]에는 스포츠 산업에 벌어들인 XXc의 막대한 부가 소매업으로 이동한다는 소문도 있다.


라틴계 혼혈인인 XXe는 대부분 운송업에 종사한다. 버스를 타도, 택시를 타도, 대중교통 어디에서도 XXe를 만난다. 물론 화물운송업과 우리가 흔히 접하는 택배기사인 배달업 역시 이들이 독점한다. 혹시라도 오해하는 건 아니지? XXe의 출신은 다른 혼혈인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들은 말이다.     

  

항공운송업     


대한민국 항공기를 운항하는 기장과 기내에서 서비스를 책임지는 승무원은 대부분 이들의 몫이다. 날이 세워진 반듯한 제복 차림으로 공항을 멋지게 거니는 XXe는 어떤 혼혈인보다 열정적이며 아름다우며 화려하다. 그래, 남자는 더욱더 남자답고, 여자는 더욱더 여성스러운 외형적인 미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XXe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지녔기에 어느 혼혈인과도 허물없이 잘 지낸다.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미국계 혼혈인은?

어디에 속해?”      


혼동할 수 있다. 미국계 혼혈인은 없다. 미국 자체가 다인종 국가라서다. 미국인과 만나 태어난 혼혈인은 그들의 뿌리에 따라서 XXa-XXe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이에 속한다.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올곧이 그들이 뿌리가 100% 미국 땅이라면, 그러니까 원주민이라면, 하지만, 각 나라의 원주민은 그들의 땅을 지킨다. 순혈인이어서다. 순혈인은 그들의 땅을 버리고 이주[23]하지 않는 게 지켜야 할 불문율이라서다. 그런데도, 원주민과 결혼해 혼혈인을 낳아서 대한민국에서 생활한다면, 우리는 이들을 이처럼 부른다.      


Xa(아메리칸 싱글 엑스)

Xa를 만난 적은 없다.






이처럼 각 혼혈인은 그들만의 생활권을 견고하게 쌓는다. 보이지 않는 각 혼혈인만의 생활권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XXa- 유럽계 혼혈인

(패션 산업, 미디어 산업, 관광 산업 등)

XXb- 아시아계 혼혈인

(교육업, 금융업, IT 산업 등)

XXc- 아프리카계 혼혈인

(스포츠, 도소매업 등)

XXd- 오세아니아계 혼혈인

(자동차 산업, 제조업, 건설업 등)

XXe- 라틴계 혼혈인

(운송업, 중공업, 의료 산업 등)       


물론, 이는 비공식적인 자료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인정하지 않는다. TV를 켤 때마다 교장 선생님의 훈시[24]처럼 들리는 지겨운 슬로건.       


Cross-functional culture[25]

교차기능문화      


예능, 교양, 뉴스, 시사, 음악 프로그램, 심지어 드라마, 영화까지 교차기능문화와 연관한 내용을 담는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곳도 방송하기 어렵다. 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대한민국에서? 중학교 시절, 국사 수업에서 듣기는 했다. 대한민국은 한때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었다고. 국사책에 실린 내용을 짧게 발췌하면,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26]

-중 1 국사책에서 발췌한

과거 대한민국 헌법 전문-      


이런 날이 있었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라니…… 현재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 사회민주주의 공화국이다.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 공동체의 발전을 추구하여, 사회적 평등과 공동체의 연대를 확립하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사회적 형평성을 확보하고, 자유와 권리에 따른 책임과 함께 사회적 연대 의식을 함양하여,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한다.”[27]

-현재 대한민국 헌법 전문-


오늘은 내가 독신세를 내는 게, 다른 혼혈인보다 왜 불리한지 호소[28]하는 날이니, 관련한 내용은 다음에 하려 한다. 각설하고[29], 사회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방송하려면 반드시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 공동체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반강압적으로 ‘Cross-functional culture (교차기능문화)’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교차기능문화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이상적 방향은 좋다. 각 혼혈인이 지닌 장점은 서로 다르니,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자는 발상. 좋고말고. 그런데 말이다. 이미 같은 출신의 혼혈인끼리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해, 각자의 제국을 세워 살아간 지 100년은 족히 된다. 말이 100년이다. 보통 25년을 한 세대라 생각하니, 이미 세대를 네 번이나 걸쳐서 이루어진 제국이다. 이제는 그 어떤 영웅이 나타나도 이 제국을 무너뜨리기는 어렵다. 그만큼 견고하다.[30] 그게 진실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이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모르쇠[31]를 잡는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면, 나는 어느 출신일까?

X (싱글 엑스)


to be continued....




[14] 부여(附與): 사람에게 권리·명예·임무 따위를 지니게 하거나 사물이나 일에 가치·의의 따위를 붙여 줌.

[15] 의례적(儀禮的): 형식이나 예의만 갖춘 (것).

[16] 호구(戶口): 집의 수효와 식구 수.

[17] 분류(分類): 공통되는 성질에 따라 종류별로 가름.

[18] 배척(排斥): 거부하여 물리침.

[19] 음해(陰害):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음흉한 방법으로 남을 넌지시 해함.

[20] 직군(職群): 직무의 성질이 유사한 직렬(職列)을 한데 묶은 것

[21] 박정연, 『뇌는 어디서 의식을 만들까…25년 해묵은 난제 첫 결론은 '뇌의 뒤쪽'』, 동아사이언스, 2023.06.26.,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0389

[22] 항간(巷間): 일반 사람들 사이.

[23] 이주(移住): 다른 곳이나 나라에 옮아가서 삶.

[24] 훈시(訓示):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직무상의 주의 사항을 일러 보임.

[25] 교차기능문화(Cross-Functional Culture)는 조직 내에서 다양한 기능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출처: chatGPT)

[26] 대한민국 헌법 전문 (출처: 국가법령전문센터)

[27] 완전한 허구입니다.

[28] 호소(呼訴): 억울하거나 딱한 사정을 남에게 하소연함.

[29] 각설하고(却說―): 화제를 돌리어 다른 말을 꺼낼 때 쓰는 접속 부사.

[30] 견고하다(堅固―): 굳고 튼튼하다.

[31] 모르쇠: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모두 모른다고만 하는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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